정보 소식통 “아직 등장 징후 포착 안돼”
“미국에 불필요한 자극 없을 듯” 전망
북한이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인 9일에 대규모 열병식을 열겠지만, 핵탄두를 미국까지 날려 보낼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동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리 정보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6일 알려졌다.
정보 소식통은 이날 “9ㆍ9절(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을 앞두고 정보 당국이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아직 화성-13형 같은 ICBM이 열병식에 등장하기 전 징후를 포착하지는 못했고, 이를 근거로 이번 9ㆍ9절 열병식엔 ICBM이 나오지 않는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대신 북극성 계열 미사일이 공개될 가능성은 당국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부연했다. 북극성은 북한이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들에 붙는 명칭으로, 2016년 8월 시험 발사된 북극성과 지난해 2월 발사된 지대지(地對地) 개량형 북극성-2형이 지난해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열병식 때 처음 대외에 공개됐고, 신형인 북극성-3형은 지난해 8월 북한이 사진을 통해 설계도만 슬쩍 선뵌 적이 있다.
당초 이번 9ㆍ9절 열병식에서는 대화 국면을 의식한 북한이 국제사회에 ‘도발’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ICBM을 등장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전문가들 사이에선 적지 않았다. 더구나 북미 비핵화ㆍ평화체제 교환 협상이 교착한 상황에서 미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도 없다고 북한이 여기리라는 게 이들의 전망 근거다.
이날 통일부에 따르면 1948년 정권 수립 이래 북한이 9ㆍ9절을 경축하기 위해 열병식을 개최한 것은 총 6차례다. 1963년(15주년) 첫 열병식을 연 뒤 35년 간 열지 않다가 1998년 50주년을 맞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재개했다. 이어 55주년(2003년)과 60주년(2008년) 등 정주년(5ㆍ10년 단위로 꺾이는 해) 때마다 열병식을 진행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뒤 첫 9ㆍ9절이던 2013년(65주년) 당시 북한은 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9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2시간 동안 노농적위대 1만여명을 평양 김일성 광장에 모아 열병식을 벌였다. 올해 역시 70주년으로 정주년이다.
이례적인 것은 63주년인 2011년이다. 당시 열병식에 아들인 김정은 위원장을 대동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그해 12월 사망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에는 태양절과 정전협정일(7월 27일),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 건군절(2월 8일) 등을 계기로 총 6차례 열병식이 개최됐고, 평창올림픽 개막 전날인 올해 건군절 70주년 열병식 때는 ICBM급인 화성-12ㆍ14ㆍ15형이 공개된 바 있다.
최근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9ㆍ9절 열병식 규모가 올 건군절 때보다 클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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