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첫 골의 주인공은 이재성(26ㆍ홀슈타인 킬)이었다.
파울루 벤투(49)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35분 이재성의 선제골, 후반 32분 남태희(27ㆍ알두하일)의 추가골에 힘입어 북중미의 코스타리카를 2-0으로 눌렀다.
한국은 러시아월드컵 후 벌어진 첫 A매치에서 이겼고 벤투 감독에게도 데뷔전 승리를 안겼다.
코스타리카는 러시아월드컵 E조에서 브라질, 스위스, 세르비아와 한 조에 속해 1무2패, 최하위로 16강에 진출해 실패했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32위로 한국(57위)보다 높다.
전반 내내 유리한 경기를 펼치던 한국은 기성용(29ㆍ뉴캐슬)의 패스를 받은 남태희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밀고 들어갈 때 다급해진 수비수가 손을 사용하며 페널티킥을 얻었다.
키커는 손흥민(26ㆍ토트넘)이었다.
손흥민의 오른발 슛은 골대를 강하게 때렸지만 튀어나온 공을 이재성이 재빨리 왼발로 마무리해 그물을 갈랐다.
후반 32분에는 남태희가 화려한 개인기로 두 번째 골을 뽑아냈다. 상대 진영 왼쪽을 저돌적으로 돌파해 들어간 뒤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해 10월 유럽 원정 평가전 이후 거의 1년여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단 남태희는 벤투 감독과 첫 만남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페널티킥을 놓치고 득점은 올리지 못했지만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자신의 시대가 활짝 열렸음을 확실히 증명했다.
벤투 감독은 기존 주장 기성용이 선발 출전했는데도 완장을 손흥민에게 맡겼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한 손흥민은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아시안게임 강행군을 소화했으면서도 국내 팬들 앞에서 화려한 개인기와 빠른 스피드를 뽐내며 상대 수비 1~2명을 몰고 다녔다. 그가 공을 잡을 때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3만6,127명의 관중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손흥민은 전반 26분 상대 진영 왼쪽에서 공을 잡은 뒤 오른쪽으로 치고 들어가 위협적인 오른발 슛을 때렸다. 그가 자주 골을 넣는 위치라 이른바 ‘손흥민 존’이라 불리는 곳이었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손흥민은 후반 37분, 기립박수를 받으며 이승우(20ㆍ베로나)와 교체됐다.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벤치를 지킨 벤투 감독은 전체적으로 차분하게 경기를 지켜봤다. 이재성의 선제골이 터졌을 때 큰 표정 변화는 없었지만 남태희의 추가골 때는 교체 투입을 준비하는 황인범(22ㆍ아산)과 어깨동무를 한 채 오른팔을 번쩍 들어 환호했다. 전반 10분 상대 좌우 측면을 오가며 이대일 패스로 득점 기회를 만들자 박수를 치며 독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벤투 감독이 경기 전 그라운드에 입장한 직후 가장 먼저 벤치 멤버들에게 다가가 악수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벤투 감독은 후반 중반 러시아월드컵에서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준 문선민(26ㆍ인천)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낳은 최고 스타 황의조(26ㆍ감바 오사카)를 동시에 투입했고 막판 이승우에 이어 오른쪽 수비수 김문환(23ㆍ부산)까지 넣어 기량을 고루 점검했다.
고양=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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