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일 고무적 반응…“긍정적 서한일 것”
김정은 ‘비핵화 시간표’ 언급에 “아주 멋지다”
참모들은 신중 반응
북미관계 훈풍…비핵화 협상 급물살 탈지는 미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낸 친서가 오는 중이며 긍정적인 내용일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 장관 방북 취소 이후 냉각 국면을 걷던 북미관계가 한국 정부의 대북 특사단 방북에 이어 북미 정상간 친서 소통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용기인 에어포스원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의 개인적인 서한이 내게 오고 있다"며 "이 편지는 어제 국경에서 건네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새로운 통신기기가 생기기 수년 전에 활용됐던 품격 있는 방식"이라며 "긍정적인 서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는 과정을 시작해야만 한다"며 "북한에 관해 말하자면 참 흥미롭다. 처음에는 거칠게 시작했다. 사람들은 내가 너무 거칠다고 생각했다. 내가 백번은 말했듯 인질들이 돌아왔고 미사일과 로켓 (발사), 핵실험이 없다. 이런 저런 레토릭들이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고 말했다. 이어 "이 편지는 나에게 배달되는 중이며, 아마도 곧 보게 될 것"이라고 재차 말하면서 "환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비춰보면 전날 북미간 6ㆍ25 전사자 유해 추가 발굴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장성급 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가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친서가 어떤 경로로 미-인도 외교·국방 장관간 2+2회의 참석차 해외 출장 중인 폼페이오 장관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친서는 공개된 것만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 6월 1일 방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을 통해 전달된 김 위원장의 첫 번째 친서가 한차례 무산됐던 6ㆍ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다시 성사시키는 계기로 작용한 바가 있다. 이번 친서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재 추진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특사단이 전한 김 위원장의 언급이 나온 이후부터 고무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그는 6일 트위터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변함 없는 신뢰를 갖고 있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고맙다. 함께 해낼 것”이라고 밝혔고, 유세와 인터뷰 등에선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 비핵화를 실현했으면 좋겠다’는 김 위원장의 언급을 두고 “아주 멋지다”며 “좋은 느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화답으로 북미 관계에 다시 훈풍이 감돌고 있지만,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국면을 벗어나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김 위원장이 종전선언 채택을 거듭 요구하고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핵 프로그램 신고와 검증 등 확실한 비핵화 조치를 취할 지가 모호해 백악관 참모들이나 행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대화에 적극적인 트럼프 대통령을 참모들이 만류하면서 좀 더 시간을 갖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판단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대북 특사단이 전한 김 위원장의 언급을 미국 언론 매체들이 크게 보도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도 연이어 제기하고 있다. 그는 전날 유세에서 김 위원장의 언급을 소개하면서 “그들(가짜뉴스)은 좋은 이야기 일 때는 보도를 안 하기 때문에 여러분이 신문에서는 읽지 못할 것이다. 여러분이 그(김정은)가 말한 걸 듣게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에어포스 원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여러분이 봤듯이 어제 북한으로부터 매우 흥미로운 언급이 있었다”며 “매우 긍정적인 언급이었다. 아쉽게도 여러분들은 그걸 다루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보다 더 긍정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솔직히 나는 여러분 신문 1면에서 그걸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으로는 북미 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등 적극 홍보하면서도 북한에 대해서는 제재 압박을 지속하며 장기전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유세장에서 북미 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서두르지 말고 시간을 가져라”면서 “제재는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인질들이 돌아왔고 우리는 아무 것도 지불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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