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ㆍ현직 대법 수석재판연구관 범행 연루 정황
유출된 판결문 초고 등 회수 조치 시
현행범 체포 등 법원 상대 초강수 가능성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전ㆍ현직 대법원 고위 관계자의 문건 유출 의혹 수사와 관련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명수 대법원이 범행 증거로 볼 수 있는 문건 회수를 검토하는 등 부적절한 대응책을 내놓자 경고를 내놓은 것이란 해석이다.
8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윤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에게 “대법원의 대응을 이해할 수 없다”며 “법대로 철저히 수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윤 지검장의 지시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통합진보당 소송 개입 정황이 담긴 문건 수사와 관련한 현 대법원의 대처 때문이다. 검찰은 2016년 6월 8일 당시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에서 작성된 ‘통진당 사건 전합 회부에 관한 의견(대외비)’ 문건이 당시 대법원 김모 선임재판연구관(현 수석재판연구관)을 거쳐 유모 수석재판연구관(현 변호사)에게 전달된 정황을 포착했다. 수석재판연구관은 차관급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을 총괄하는 자리다.
문건에는 2014년 헌법재판소가 해산 결정을 내려 의원직을 박탈당한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의원직 복직을 청구한 행정소송 상고심을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하는 방안을 검토한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는 상고기각이나 파기환송 등 대법원 최종 결론이 헌재와 최고 법원의 위상 경쟁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한 내용도 포함됐다. 앞서 대법원 자체 조사에도 “전합 회부 권한을 가지는 담당 소부(小部) 소속 대법관의 재판 권한을 침해하거나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부분이다.
검찰은 최근 이 문건이 김 전 선임연구관을 거쳐 유 전 수석연구관에게 보고된 사실을 파악했다. 또, 유 전 수석연구관의 현재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재판연구관 보고서, 판결문 초고 등 대법원 기밀자료를 발견했다. 전ㆍ현직 수석연구관이 기밀 유출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법원은 “공공기록물관리법위반죄 등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며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검찰이 유 전 수석연구관 고발을 요청하자 대법원 측은 “검찰이 이미 수사하고 있는 사건에 관해 법원행정처나 대법원이 범죄 혐의 성립 여부를 검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문건 회수 등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 지검장은 이런 상황을 보고 받고 강경 대응을 지시한 배경엔 수사팀에 대한 독려뿐 아니라 수사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현 대법원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만약 대법원 측이 유 전 수석재판관에게 유출된 자료 회수를 시도할 경우 현행범 체포 등도 허락하겠다는 취지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현재 드러난 것만으로도 전ㆍ현직 수석재판관뿐 아니라 현 대법원 재판연구관들도 범행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주요 증거물을 대법원 측이 회수하려고 시도하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9일 오전 유 전 수석연구관을 소환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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