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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2030도 등 돌렸다… 커지는 ‘反푸틴’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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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2030도 등 돌렸다… 커지는 ‘反푸틴’ 시위

입력
2018.09.10 16:53
수정
2018.09.10 20:5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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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연금개혁 반대 집회 막으려

안내 영상 구글에서 삭제하자

“정치 검열” 젊은이들도 거리 나와

9일 러시아 전역에선 정부의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모스크바 푸슈킨 광장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플랜카드를 내건 젊은이들의 모습.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선 경찰이 300명이 넘는 시민들을 연행했는데 10대 소년에게까지 제재를 가하는 장면도 카메라에 포착됐다.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EPA AFP 연합뉴스
9일 러시아 전역에선 정부의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모스크바 푸슈킨 광장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플랜카드를 내건 젊은이들의 모습.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선 경찰이 300명이 넘는 시민들을 연행했는데 10대 소년에게까지 제재를 가하는 장면도 카메라에 포착됐다.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EPA AFP 연합뉴스

“이곳에 모인 우리가 진정한 애국자다.”

9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푸시킨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 2,500여 명이 ‘푸틴 사퇴’라는 플래카드를 흔들며 가두 행진을 벌이는 모습이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생중계됐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부터, 백 팩을 메고 나온 20대 젊은이들은 서로 엉켜 “푸틴은 도둑”이라는 구호를 목청 높여 외쳤다. 거리에 직접 나오지 못한 시민들은 현장 중계 영상에 댓글을 달거나 게시물을 퍼 나르며 ‘출석 도장’을 찍었다.

18년째 권좌를 지켜온 러시아의 차르(황제)도 연금 문제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예고됐던 시위를 막기 위해 채찍과 당근 전략을 동시에 구사했다. 집회를 사전에 준비한 알렉세이 나발니 등 야권 지도자를 전격 구금했고, 대국민담화까지 자청하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나 집회는 예정대로 열렸고, 러시아 전역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22개 지역의 지방정부 수장과 16개 지역의 지방 의원을 뽑는 지방선거 투표날이었지만, 사람들은 투표장 대신 광장을 찾았다.

무엇보다 20~30대 젊은 층이 대거 등장한 게 눈에 띈다. 최근 전개된 연금 개혁 반대 집회는 연금 수령 문제와 직결된 중장년층들이 앞장선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날을 달랐다. 외신들은 정당한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마저 억압하는 푸틴 대통령의 공포 정치에 대한 반발 때문이라고 봤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연금 개혁 반대 집회 안내 영상을 선거 하루 전에 게재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구글에 해당 게시물을 내려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글은 실제 관련 게시물을 삭제했다. 나발니 측은 “명백한 정치 검열”이라며 “연금 반대 시위와 선거는 아무 상관도 없다”고 반발했다.

집회는 평화적으로 마무리됐지만, 경찰은 800명이 넘는 시민을 잡아들였다. 정치적 목적의체포를 감시하는 현지 민간단체 ‘OVD-인포’에 따르면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브르크에서만 354명이 구금됐다. 모스크바에선 의회로 행진하려는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들이 경찰봉을 휘둘렀다. 러시아의 한 독립 온라인언론 기자는 미국 CNN 방송에 “저를 포함해 많은 시민이 맞았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사진에는 경찰이 10대 소년과 노인을 연행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날 시위대가 보여준 민심은 여당 압승으로 여겨졌던 이날 러시아 지방선거에도 반영됐다.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통합러시아당’이 다수 지역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압승에는 이르지 못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22개 지역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여당 후보들이 모스크바 등 주요 지역에서 승리했지만 극동 하바롭스크주에선 여당 후보인 뱌체슬라프 슈포르트(35.6%) 주지사가 야당(자유민주당) 후보 세르게이 푸르갈(35.8%)에게 뒤져 결선투표를 하게 됐다.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주, 하카시야 공화국 등의 지방 의회 선거에서도 통합러시아당이 공산당에 밀렸다. 영국 BBC 방송은 “연금 개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의 대승을 가로 막았다”고 분석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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