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회담에 북미 패키지 협상안 가져가야
교착상태 해결 위해 다층 협의 채널 필요”
문재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10일 “한 달 20일가량 남은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큰 선물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이날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한국일보가 개최한 ‘한국아카데미 제1기: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투자’ 개강식 첫 강연자로 나와 “북한이 해야 할 (비핵화) 조치와 미국이 해야 할 (대북 체제안전 보장) 조치를 엮어 로드맵을 만드는 게 지금 과제인데, 김 위원장이 구체적 날짜를 정해 비핵화를 마치겠다고 했다는 점에서 아주 긍정적인 신호”라며 이렇게 전망했다.
그러면서 문 교수는 비핵화 로드맵 작성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이번에 평양에 갈 때 북한이 해야 할 모든 것, 즉 동결ㆍ신고ㆍ사찰ㆍ검증ㆍ폐기와 (그 반대급부인) 미국의 정치적ㆍ군사적ㆍ경제적 보장 문제를 패키지로 묶어 가져가서 김 위원장과 협의한 뒤 결과물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이걸 워싱턴에 보내주면 워싱턴이 평양과 얘기할 때 훨씬 부드럽지 않겠느냐”고 조언했다.
다만 북미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 중인 핵 신고와 종전선언 교환 문제는 쉽게 풀기 어려운 문제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는 “미국의 ‘선(先) 신고ㆍ사찰, 후(後) 종전선언’과 북한의 ‘선 종전선언, 후 신고ㆍ사찰’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아 교착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북미 협상 상황을 진단하며 다층적 협의 채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남북, 북미, 남북미라는 양자 혹은 3자 틀에서 진행돼 온 북핵 및 평화체제 논의가 어느 정도 성공적인 결과를 견인해 왔지만 현재의 교착 상태를 감안하면 보다 신축적이면서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주장한 이유는 북한의 비핵화를 추동하고 평화조약 체결 및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논의를 가속화 하자는 데 있다”면서 “단순히 종전선언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종전선언이 평화체제 논의의 시작점이라는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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