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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는 일본 경제] 키엔스, 일본 침체기에도 혁신ㆍ혁신ㆍ혁신… 영업이익률 56% 달해

입력
2018.09.11 04: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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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 니즈 먼저 탐색해 제품 혁신 

 공장 없이 전문업체에 생산 맡기고 

 대부분 B2B… 광고비 등 최소화 

 전자기기 제조업체 이례적 고수익 

 업계 최고 연봉… 취준생 “꿈의 직장”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키엔스 본사 건물. 키엔스 홈페이지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키엔스 본사 건물. 키엔스 홈페이지

일본이 버블 붕괴 이후 찾아온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극심한 침체기를 보내고 있을 때에도 자신만의 경쟁력을 살려 성장을 지속한 기업들이 있다. 다수의 기업들이 매출 감소를 걱정할 때 오히려 남들과 차별화한 경영혁신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간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장 자동화용 센서와 검사 장비 등을 생산하는 키엔스가 대표적 사례다.

일반적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을 꼽으라면 도요타(豊田), 소프트뱅크, 소니 등을 떠올린다. 도쿄(東京) 현지 지인들에게 “키엔스란 기업을 아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생소하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선 높은 영업수익률로, 해당 분야에 관심이 많은 취업준비생들에겐 제조업계 최고 연봉의 직장으로 유명하다.

키엔스는 지난 7일 기준으로 일본 상장기업 중 시가총액 8위(7조2,293억엔ㆍ73조원)다. 전자기기 분야에선 소니(시가총액 7조9,081억엔) 다음이지만 7월까지만 해도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키엔스보다 시가총액이 많은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뿐이다.

다른 회사와 구별되는 키엔스의 특징인 매출의 절반 이상을 이익으로 남기는 영업이익률 때문이다. 키엔스의 2018년 회계연도 기준 매출은 5,268억엔인데, 영업이익은 2,929억엔에 달한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인 영업이익률이 무려 55.6%다. 매출액의 절반 이상이 이익인 셈이다. 경쟁사인 오므론과 SUNX 등의 해당 비율이 10% 내외에 그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독보적인 결과다. 통상 제조업은 초기 투자비용과 설비증설, 원가부담 등으로 고수익을 내기 어려운 분야로 인식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키엔스는 지난 5월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세계 100대 혁신기업 중 38위를 차지했다. 일본 기업 중 캐주얼의류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퍼스트리테일링(32위) 다음이었다.

키엔스가 초고수익을 꾸준히 창출하는 배경에는 경쟁사들과 다른 경영시스템 혁신이 자리하고 있다. 키엔스는 이른바 ‘컨설팅 영업’을 통해 ‘고객이 알지 못하는 니즈(Unmet needs)’를 먼저 파악, 이를 해결해 주는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직원의 절반 이상에 달하는 1,000여명의 영업 담당자들이 전 세계 고객사의 제조 현장을 돌며 ‘고객의 니즈 탐색→고객에 대한 솔루션 제안→철저한 고객 관리ㆍ제안의 실현’이라는 사이클을 철저히 구현한다. 이 결과 매출의 30%가 신제품에서 나오며, 이 중 70%가 ‘세계 최초’ ‘업계 최초’라는 타이틀로 경쟁사와의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한다. 경쟁사들이 모방제품을 생산하면 그 제품에서 손을 뗀다.

예를 들어 키엔스는 2011년 세계 최초로 수용성 서포트 재료를 사용한 3D 프린터를 출시했다. 홈이 있는 복잡한 제품의 경우 기존 3D 프린터만으로 작업을 마칠 수 없었지만 키엔스 제품은 물에 씻어내는 것만으로 작업이 완료되기 때문에 공정 시간과 비용을 혁신적으로 감소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키엔스는 전자기기 제조업체임에도 공장(Fab)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이른바 ‘팹리스(Fabless)’ 업체다. 자사에서 기획ㆍ개발한 제품을 외주 생산에 맡기고 있다. 공장을 보유할 경우 인건비를 포함해 고정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최첨단 기술을 따라가기 위해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술혁신 속도가 날로 빨라지는 시대에 생산은 전문업체에 맡기는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창업자인 다키자키 다케미쓰(滝崎武光)가 두 차례 파산 경험으로 인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장이 없는, 직판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영업이익률의 또 다른 비결은 판매관리비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일반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대기업들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광고비를 지출하는 것과 달리, 키엔스는 기업 간 거래(B2B)가 대부분이라 광고비를 집행하지 않는다. 영업 담당자들이 거래처에 직접 판매하고 있어 판매대리점 등을 거치지 않아 경비를 최소화한다. 이른바 최소한의 설비와 인원으로 최대의 생산성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 45여개국에 영업 거점을 꾸준히 늘려 해외매출 비중도 54%에 달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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