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지난해 7월 3.3㎡당 2,285만5,800원에서 1년 만에 2,783만2,200원으로 21.7%나 뛰었다. 수도권 신도시의 중대형 평수는 한 달 새 25%가 오른 곳도 있다. 이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아파트 가격 상승에는 주민들의 조직적 담합이 작용했다고 폭로했다.
부동산 중개업 12년차인 A씨는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아파트 입주민 담합에 대해 밝혔다. 그가 일하는 수도권 신도시의 경우 한 달 전만 해도 중대형(30평대 후반) 아파트 거래 가격이 11억~12억원이었는데 지금은 13억5,000만~15억원에 거래된다. 한 달 새 최대 3억원, 원래 가격의 25%가 오른 셈이다.
A씨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 별로 주민들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대화방이 개설돼 있다. 여기서 주민들이 “우리 단지, 우리 평수는 이 가격 이하로는 내놓지 말자”고 가격을 정한다. 만약 돈이 급해 정해진 가격보다 낮게 부동산 중개소에 매물로 내놓으려면 다른 입주민 모르게 해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 중개소에서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 매물을 올리면 바로 입주민들의 레이더 망에 걸려 허위 매물로 신고된다. A씨는 “포털 사이트에서 집 주인에게 허위 매물 확인전화를 하는데 이때 전화를 받지 못하면 허위 매물이 된다”면서 “허위 매물로 3건 이상 적발되면 부동산 광고를 일주일 못 올리고, 건수가 추가되면 기간도 늘어나 아예 매물 등록을 안 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주민들 중에는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 담당 세대도 있다고 A씨는 전했다. 현재 시세가 15억원인데 3,000만원이나 5,000만원을 올려 매물로 내놨다가 구매자가 찾아오면 정작 “우리 아들이 파는 걸 말린다”면서 거래를 하지 않고, 대화방에 ‘얼마에 내놨는데도 사러 오더라’는 글을 게시하는 방법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A씨는 “어디나 주동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진짜 매물을 허위 매물로 신고하는 행위에 대해 업무방해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을 두고 A씨는 “조금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최근 집값의 가파른 오름세에 대해 “이런 식으로 오르는 건 처음”이라면서 “겁나고 무섭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이 치솟는 원인은 허술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서울시의 개발 계획 발표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주민들의 담합도 한몫 하고 있는 만큼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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