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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유치원 학부모들 “아이에 유치원 무너진 얘기, 억장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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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유치원 학부모들 “아이에 유치원 무너진 얘기, 억장 무너져”

입력
2018.09.11 20:00
수정
2018.09.12 00:5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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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초에 마련된 임시 교실

양변기는 크고 급식도 안 맞아

낯선 환경에 아이들 큰 불편

“학부모총회 참석한 구청직원들

쪽지 한 장 안 들고와 크게 실망”

[저작권 한국일보]. 인근 공사장의 지반침하로 건물 일부가 붕괴된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의 원아가 10일 상도초등학교로 등원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2018-09-10(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인근 공사장의 지반침하로 건물 일부가 붕괴된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의 원아가 10일 상도초등학교로 등원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2018-09-10(한국일보)

11일 오후 6시 서울 동작구 상도초등학교 앞. 아이들의 손을 붙잡은 학부모들이 하나 둘 나왔다. 최모(39)씨는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어제는 도저히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수 없어서 남편과 오전, 오후 교대로 반휴를 쓰고 아이를 돌봤는데,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보냈다”고 했다. 다른 학부모들도 급변한 환경 속에서 하루를 보낸 아이들이 달라진 건 없나, 불안한 기색은 없나, 애써 내색하지 않으며 살피는 눈치였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라는 푸념이 절로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날은 상도유치원 원생 40명이 상도초등학교에 마련된 임시 교실에 등원했다. 임시 등원 첫날인 전날(13명)보다 늘었지만, 부모들과 아이들의 불안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맞벌이 등으로 어디 맡길 곳이 없어서 사고 전부터 종일반(방과후 돌봄)에 속했던 58명 중 18명은 이날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상도유치원 학부모회장 이모씨는 “매일 아침 깨우고 재촉해 보내던 그 유치원이 무너졌다는 말을 아이에게 해야 하는 심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다”고 울상을 지었다.

불만에 앞서 낯선 환경에 직면한 아이들이 걱정이다. 배변 습관을 잘 들여야 할 시기에 당장 자신들 몸보다 큰 변기를 사용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상도초등학교 1층 여자화장실에는 10개 남짓 화장실 칸이 있지만 양변기는 4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유아용 보조변기가 급히 설치된 건 3개뿐이지만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교실에 붙어 있는 유아용 화장실에서 안전하게 용변을 보고 유아용 세면대에서 세수와 양치를 하던 것과 비교하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잠자리 환경도 달라졌다. 이모(5)군은 “낮잠 시간에 베개와 이불이 없어서 불편했다”고 했다.

식사 시간은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유치원 급식은 뜨거운 국물 등을 흘려 화상을 입을 것을 대비해 자리에 배식이 완료된 식판을 두고 유아가 입장해 식사하는 방식인 반면, 초등학교는 직접 배식을 받아야 하는 구조다. 일단 임시방편으로 교사들이 식판을 일일이 갖다 주고 있다. 황모(7)군은 “국도 안 나왔고 밥맛도 없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동작구청과 동작관악교육지원청 등이 참석한 ‘긴급학부모총회’가 전날 7시간에 걸쳐 진행됐지만, 여전히 불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청 직원 등이) 쪽지 하나 안 들고 온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 “수많은 건의사항을 전달했지만 대답도 횡설수설하고 성의가 없었다” “다른 유치원으로 보낼지, 건물을 임대할지 등도 결정된 게 없다”는 것이다. 임하나 학부모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재난 상황이나 다름없고, 1분1초가 급한데 당국에서는 확답 없이 ‘논의해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민중당 서울시당은 이창우 동작구청장을 직무유기와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3월부터 상도유치원 붕괴 위험 등 공식 문제제기를 접수했음에도 (이 구청장은) 응당한 조치도 심지어 현장 방문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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