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 인정한 헌법위원회 해석
격론 끝 채택 않기로 결정
기독교계 안팎에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킨 명성교회의 부자 세습에 사실상 제동이 걸렸다.
전북 익산시 이리신광교회에서 열리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제103차 정기총회는 11일 회의에서 총대 무기명 전자투표 결과 ‘은퇴한 담임목사 자녀를 청빙하는 것은 제한할 수 없다’는 헌법위원회의 해석을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형교회인 명성교회의 김삼환ㆍ하나 부자 목사 세습을 정당화 해준 판결의 근거가 사라지게 된 셈이다.
예장통합 헌법에 따르면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 목사의 배우자,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위임목사나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 명성교회는 김삼환 목사가 2015년 은퇴한 후 김하나 목사가 올해 청빙돼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왔고, 명성교회가 속한 서울동남노회 재판국은 이를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헌법위원회는 헌법에 ‘은퇴한’과 ‘은퇴하는’에 대한 명확한 보완이 필요하나 개정 전까지는 기존 판결이 유효하다는 해석을 내렸다. 명성교회의 세습과 판결에 문제가 있을지언정 이를 되돌릴 수 없다는 해석이었다. 하지만 총회는 투표를 통해 이런 해석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날 투표를 앞두고 총회에서는 헌법위원회 해석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해석을 받아들이면 명성교회 세습을 인정한 판결이 유효하게 되기 때문이다. 투표에는 총대 1,360명이 참여해 반대 849표, 찬성 511표로 해석 채택이 무산됐다. 헌법위원회 해석이 총회에서 거부됨에 따라 명성교회 세습 관련 판결도 반려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세습 관련 판결은 총회 3일째인 12일 재판국 보고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세습 관련 판결이 총회에서 반려되면 서울동남노회 재판국에서 재심이 이뤄지고 판결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명성교회 세습을 인정한 재판국 판결에 대해 재심을 신청한 상태다. 세습을 반대하는 명성교회 한 관계자는 “11일 투표로 명성교회 세습 적법 판결에 제동이 걸렸다고 볼 수 있다”며 “12일 재판국에서 관련 판결이 반려되면 (동남노회) 새 재판국이 꾸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소라 기자 wtn21so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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