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이 지난달 6조원 가까이 늘어 연중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80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가계 주택담보대출은 집중 규제 대상인 자가주택 담보대출 대신 전세자금대출이 급증하는 ‘풍선효과’를 보이며 1년 1개월 만에 가장 크게 늘었다.
12일 한국은행의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5조9,000억원 늘었다. 전월 증가폭(4조8,000억원)보다 1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월별 증가액으론 지난해 11월(6조7,000억원)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가계부채 억제 정책을 펴면서 예금취급기관(2금융권 포함) 전체의 1~7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해의 85% 수준으로 줄어든 데 비해, 은행 가계대출은 오히려 40% 넘게 늘었다. 은행 가계대출 잔액 또한 802조6,000억원으로, 2016년 11월 700조원을 넘어선 이래 1년 9개월 만에 800조원을 돌파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3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7월(4조8,000억원) 이후 최대였다. 나영인 한은 시장총괄팀 과장은 “주택거래가 활발해지고 입주물량 증가로 전세수요가 늘어나면서 주택대출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7,500건)으로 3월(1만3,800건) 이후 가장 많았고,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3만5,100건)도 전월보다 5,500건보다 늘었다.
주택대출 증가분의 상당 비중은 전세자금대출이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분 14조5,000억원 가운데 12조원 가량이 전세자금대출 증가분이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세대출이 자가주택 담보대출에 비해 대출 절차가 간단하다 보니, 주택구입자 상당수가 친지 명의로 전세대출을 받아 구입 자금으로 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주택자금 확보 편법으로 지목되는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역시 3월(+2조9,000억원) 이후 가장 많은 2조5,000억원이 증가했다.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금 반등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이 가계대출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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