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내년 2월 각국 사제 대표들을 바티칸으로 소집한다. 아동 성폭력과 추문, 은폐의혹에 휩싸여 가톨릭 교회가 2013년 교황 즉위 이후 최악의 위기로 치닫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다.
교황청은 12일(현지시간) “내년 2월 21∼24일 각국 가톨릭 교회의 최고 결정기구인 주교회의 대표들을 불러 교회 내 성학대 예방과 아동 보호 대책 등 ‘소수자 보호’라는 주제를 놓고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교황청의 재정과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추기경 자문단이 사흘 간의 회동 끝에 내린 것이다. 하지만 9명의 자문단 가운데 3명이 아동 성학대 등의 혐의로 피소돼 참석하지 못할 만큼 교회 내 기강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와 있다. 이에 다른 6명의 추기경들은 미국, 칠레, 호주 등 각지에서 성직자의 아동 성학대 의혹이 속속 불거지는 상황을 심도 있게 다루기 위해 이례적으로 전체회의 소집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도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교황은 13일 바티칸에서 미국 가톨릭주교회의 의장인 다니엘 디나르도 추기경, 교황청 아동보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숀 패트릭 오말리 미국 보스턴 대주교(추기경) 등 미국 가톨릭 교회 대표단을 만나 시어도어 매캐릭 전 워싱턴 대주교(추기경)를 둘러싼 의혹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면담은 지난달 18일 디나르도 추기경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그는 교황에게 매캐릭 전 추기경의 성추행 사건과 은폐의혹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요구하는 한편,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 교황청의 해명을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2002년 4월에도 비슷한 전례가 있었다. 당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보스턴에서 사제의 성추행 사건이 불거지자 미국 가톨릭 지도자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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