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린 반면 국내 보험사들은 다소 느긋하게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모양새다. 치료비를 기본적으로는 국가에서 전액 부담하게 돼 있어 보험사의 손해율엔 큰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3년 전 메르스 사태 때는 오히려 손해율이 개선되기도 했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판중인 보험상품 중 메르스에 대한 손해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은 실손의료보험이다. 메르스도 질병의 일종이기 때문에 보장 범위에 포함된다. 다만 메르스 환자의 경우 정부가 별도로 격리 치료를 하고 있고, 입원비와 치료비를 모두 부담하기 때문에 실손보험으로 중복 보장을 받을 수 없다. 보험사 입장에선 보험금을 줄 일이 없는 셈이다. 다만 실비 보상과 별개로 입원 등에 따라 정액의 보험금을 받는 특약에 가입돼 있다면 해당 금액만큼 별도로 보장받을 수는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메르스로 인해 오히려 손해율이 낮아진 적도 했다. SK증권의 김도하 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4월 대형 손보사 3곳(삼성화재ㆍ현대해상ㆍDB손해보험)의 누적 손해율은 평균 91.2%였지만 메르스가 본격 발병한 5~8월은 월 평균 82.6%로 떨어졌다. 외부활동과 병원 방문이 기피되면서 의료보험 관련 청구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도 “통상 전염병이 돌면 사람들의 활동량이 감소하고 확률적으로 사고 발생도 줄어드는 편”이라며 “정부 대처도 3년 전과 달라 현 상황을 위험 수위로 판단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여행업계는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여행업협회는 메르스 사태로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이 뚝 끊기자 현대해상에 ‘메르스 보험’ 개발을 의뢰해 선보인 적이 있다.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이면 메르스 보험에 자동 가입되고, 만약 메르스에 걸려 치료를 받거나 사망(보험금 1억원)할 경우 보상을 하는 구조다. 외국인이 안심하고 한국을 방문하도록 홍보하는 정책보험의 성격이 강했다. 당시 보험금을 실제로 수령한 사례는 없었다. 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아직은 메르스 보험 시행 계획이 없지만, 사태가 확산되면 과거 상품을 참고해 다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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