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번에도 복지 포인트야.”(중소기업 직원) “우리는 그냥 조직장이 햄 선물세트 돌린다던데?”(식품기업 직원) “회사에서 뭘 더 주는 건 없고 노조에서 프라이팬 등 선물을 준다고 하네.”(금융회사 직원)
이번 추석에 회사로부터 선물 받나요? 주변 지인들과 추석 얘기를 나누다가 ‘회사 추석선물’로 화제가 모아졌습니다. 이때 모두의 궁금증은 “니네 회사는 뭐 주는데?”. 그래서 2018년, 회사들은 직원들에게 어떤 추석 선물을 주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업종별 주요 기업과 그냥 궁금한 회사들까지 30곳을 골랐습니다.
◇ 대기업은 추석 상여금 _ 그러나 직원들 “원래 제 돈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대기업의 대세는 ‘상여금’입니다. 삼성전자는 추석, 설 명절에 기본급의 100%를 ‘추석귀성여비’(상여금)로 준다고 했습니다. LG전자, 삼성생명, 한화, 삼성물산, GS건설, 롯데백화점, LGU+, 롯데마트 역시 기본급의 100%를, CJ와 국민은행은 기본급의 50%를 상여금으로 지급합니다. 현대자동차(통상임금의 50%ㆍ노조원만 지급) 신한은행(월급 100%) 우리은행(월급 50~100%) 제일제당(월급 50%)까지 합하면 총 15개 기업이 상여금을 줍니다.
“그래서 얼마라는 거야?” 궁금증이 커집니다. 굳이 근거를 찾아서 추정해본다면 월급 400만원인 사람이 받는 기본급 100%는 228만원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13년 고용노동부가 100인 이상 기업 1,000곳을 조사한 결과, 월급여 중 기본급 비율은 57%였습니다.)
“와, 괜찮은 것 아냐?” 라고 생각할 뻔 했는데, 직원들의 반응은 무덤덤 또는 싸늘합니다. 한 대기업 계열사의 11년차 직장인 A(36)씨는 “상여금 받는다고 기뻐하는 사람은 없어요. 원래 내 연봉에 포함된 돈이니깐요”라고 합니다. 상여금은 회사가 1년간 노동자에게 주기로 한 급여 중 일부를 추석에 맞춰 주는 것일 뿐, 추석 잘 쇠라고 주는 ‘선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는 급여 지급방법에 따른 일종의 ‘착시효과’라 할 수 있습니다. 다수의 회사들이 연봉을 13 또는 14로 나눈 후 12개월 동안 월급을 주고 나머지 돈을 명절에 상여금으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조사한 회사 중 SK는 연봉을 12로 나눠 매달 지급하기 때문에 명절에 별다른 상여금이 없었습니다.
◇ 선물상자는 사라지는 건가요?
선물상자를 안겨주는 회사는 30개 기업 중 5곳뿐이었습니다. 미래에셋대우증권(한우세트, 생선세트 중 택1) 아모레퍼시픽(화장품, 홍삼세트 중 택1) 오뚜기(자사 식품세트) 배달의 민족(한우세트, 10만원 상품권 중 택1) 여기어때(한우, 육포ㆍ견과류, 굴비, 홍삼세트 중 택1)입니다.
자사 제품을 활용하는 곳도 눈에 띕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헤라 마몽드 등 자사 화장품 브랜드로 3,4 종류의 화장품 세트를 만든 후 선택하도록 합니다. ‘갓뚜기’ 오뚜기 역시 참치 식용유 참기름 등 자사 식품으로 5만원 이상의 세트를 만들어서 준다고 합니다.
◇ 종이 상품권? 사이버머니는 어때?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상품권은 단연 인기 있는 선물입니다. NC소프트(20만원) 신세계백화점(10만원) 현대백화점(30만원) 현대자동차(25만원) 배달의 민족(10만원) 조선호텔(10만원) 파크하얏트호텔(10만원) 등이 직원 추석선물 일부 또는 전체를 상품권으로 지급하고 있었습니다.
온라인 쇼핑에서 쓸 수 있는 사이버머니 ‘페이’도 선물 목록에 있습니다. 네이버는 네이버페이포인트를 포함해 백화점 상품권, 기프트카드(모두 20만원) 중 한 가지를 택하도록 했습니다. 현대건설은 현대 계열사인 H몰 등에서 사용 가능한 사이버머니(15만원)를 준다고 합니다.
◇ 왠지 부러운 ‘현금’ 주는 곳은?
현금(이라 쓰고 ‘부러움’이라고 읽습니다)을 주는 곳도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명절귀향비 80만원과 유류비 5만원을 지급합니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를 통해 20만원씩 송금을 한다고 합니다. 유희열 루시드폴 등 감성 뮤지션들이 소속된 안테나뮤직도 보너스를 줍니다. 금액은 공개가 어렵지만 ‘부모님께 용돈 드릴 수 있는 정도’라고 합니다. 이 회사는 1년에 한번 휴가지의 왕복 비행기표도 지원해 준다고 합니다. 부럽습니다.
사실 스타트업이나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뭔가 기발한 선물을 줄 것 같아 더 많은 곳을 알아봤지만 아예 선물이 없거나 타사와의 비교가 두렵다며 공개를 꺼렸습니다. 이 분야 종사자 한 분이 말씀하시더군요. “우리라고 뭐 특별한 거 줄 것 같지만 별거 없어요.” 취재 중 이런 질문도 많이 받았습니다. “다른 회사들은 뭐 준대요? 우리 회사 빼고 딴 데는 다 좋은 거 줄 것 같아요.” 직장인들 마음이 다 비슷한가 봅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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