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학내 성폭력과 성희롱을 폭로하는 ‘스쿨 미투(#Me Tooㆍ나도 피해자다)’ 가 터진 전국 26개 중ㆍ고등학교가 지난해 정부의 성 관련 폭력예방교육 평가에서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던 것으로 나타났다.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성 관련 폭력예방교육과 이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허술하고 형식적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6일 한국일보가 여성가족부 예방교육통합관리 시스템을 통해 올해 상반기부터 이날까지 스쿨 미투가 제기된 26개교의 폭력예방교육 실시 정보를 확인한 결과, 모든 학교가 지난해 교장 및 교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ㆍ성폭력ㆍ성매매 예방교육을 각각 연 1회 이상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차별 문화 개선을 위한 여가부의 폭력예방교육 의무화 지침에 따라 교직원들은 1년에 각 1시간 이상의 성희롱과 성매매,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이들 학교는 모두 준수한 것이다.
특히 이들 3개 예방교육에 대한 교직원들의 평균 참석률은 90%를 넘은 것으로 여가부에 보고됐다. 여가부가 각 학교에 배포한 채점표에 따르면 참석률 항목에서 90%를 넘으면 최고점으로 평가된다. 이런 실적을 토대로 이들 26개 학교는 100점 만점 기준으로 ‘우수’에 해당하는 90점 이상을 총점으로 자체 부여해 여가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가부는 이 점수가 70점에 못 미치는 경우 부진기관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실제 각 학교에서는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성 관련 예방교육을 유인물 배포나 시청각 자료 시청 등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여가부는 성 관련 예방교육 표준강의안을 통해 기관장 훈시나 시청각 교육이 아닌 전문강사를 활용한 최소 1회 이상의 대면교육으로 실시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 보니 강제성은 없다. 인천의 모 중학교 교사 이모(35)씨는 “따로 시간을 낼 수 없다는 이유로 이메일을 통해 교육 동영상 링크를 보낸 것으로 넘어가기도 한다”며 “아예 교육을 하지도 않고 이수했다는 확인 서명만 받아간 해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올해 6월 교사가 상습적으로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주장이 나온 충북 D여중의 경우에도 교무실에서 유인물을 나눠주며 형식적으로 교직원 대상 성 관련 예방교육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 방식이나 직원 참여율 등의 예방교육 실적이 제대로 된 점검 없이 각 학교의 담당자들이 채점표에 자체 입력한대로 기록된다는 점도 문제다. 각 교육청이나 여가부가 학교로부터 제출 받은 성교육 실시현황에만 의존할 뿐 현장 확인은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다. 설령 교육을 실시하지 않거나 예방교육 실적을 허위 기재한 것이 적발되는 경우에도 현장점검과 관리자 교육, 언론 공표 외 별도의 제재가 없다. 여가부 관계자는 “허위 기재가 의심되는 경우엔 확인을 거치도록 하고 있으나 예방교육 실적 의무 제출 대상이 6만여곳을 넘다 보니 적발이 쉽지 않다”며 “또 허위기재가 드러나더라도 법적 근거가 없어 그 이상의 처벌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학교에서 형식적인 성 관련 예방교육이 이뤄지는 사이 교사가 학생에게 성추행, 성희롱을 저질러 징계를 받은 건수는 2013년 20건에서 지난해 60건으로 늘어났다. 권일남 한국청소년활동학회장은 “성 예방교육을 충실히 받았다는 학교에서 ‘스쿨미투’가 잇따라 터지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 기회에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재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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