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신문의 첫 지면이 서울 집값 관련 기사로 채워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주택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재개발의 상징인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79㎡의 거래가격은 7월 15억원에서 8월 17억5,000만원으로 상승했다. 한 달 만에 2억5,000만원이나 폭등한 것인데 서울의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많은 사람이 좌절했다. 서울의 무주택가구는 50.7%(2016년)나 된다. 집 한 채 보유자도 더 좋은 환경으로 이사가 불가능해졌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한 달 흑자 규모는 119만5,000만원(2016년)에 불과하다. 이렇게 집값이 폭등하니 주거비 마련을 위해 소비를 줄여 생활은 궁핍해졌고, 그 결과 내수 경기는 더 어려워졌다.
이번 서울 집값 상승은 투기의 막바지로 판단된다. 사실 서울 집값의 추세적 상승은 지난 1월 마무리된 듯하다. 대체로 모든 자산가격(주식, 부동산, 환율, 금리, 유가 등과 같은 상품)은 상승 중기까진 완급을 조절하면서 적당히 상승하다 막바지에 폭등한다. 자산가격의 지나친 급변동(폭등이든 폭락이든) 기간은 통상 3~12개월 정도지만, 투자가들은 향후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여겨 매우 과민하게 반응한다. 상승 막바지 국면에서는 상승 중기까지 늘던 거래가 감소한다. 큰 폭으로 상승한 가격부담으로 인해 매수자가 주저하기 때문인데, 이 과정이 지나면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는 더 줄어든다. 다만 자산가격은 추세적 상승 마무리 이후에도 한두 차례 반등한다. 하락 직전까지 큰 폭으로 상승한 데 대한 잔상이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은마아파트 시세도 그간 이러한 과정(그래프 참조)을 거쳤다. 특히 올해는 1월을 정점으로 7월까지 거래가 급감하면서 시세가 하락했다. 그러다가 용산ㆍ여의도 개발 거론이 종전의 주택가격 급등 잔상을 자극해 서울 집값을 치솟게 했다. 그러나 8월에 거래된 은마아파트 76.79m는 두 채뿐이다. 거래가 단절된 셈인데, 시세 하락 기간인 4월에는 거래가 아예 없었다. 때문에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은 큰 추세 상승의 마무리 후 하락 과정의 반등으로 보인다. 다만 반등 정도가 예전보다 컸다.
주택시장 여건을 감안해도 집값 상승의 지속 가능성은 엷다. 첫째, 서울 주택보급률은 꾸준히 높아져 왔는데 향후에도 점진적이지만 높아질 것이다. 둘째, 소득증가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선진국 경기는 올해를 정점으로 약화될 듯한데(2022년까지 지속적 둔화), 이로 인해 우리 경제도 여의치 않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집값 상승을 뒷받침할 소득을 제약한다. 더구나 서울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당국은 높은 강도의 규제와 주택공급 확대를 추진한다. 때문에 조만간 서울 집값 상승은 한계를 드러낼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거론된 주택시장의 환경 여건, 특히 선진국 경기의 장기간 둔화 가능성을 감안하면 장기관점에서는 2006~2016년 중 두 차례에 걸친 은마아파트 시세 하락 같은 상황도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모든 자산가격은 큰 추세상승을 마무리 한 이후 장기간 답보 또는 상당한 하락 과정을 겪었다.
덧붙여 정부도 많은 주택공급과 임대주택 확대로 집값을 떨어뜨려 경기에 활기를 불러 넣었으면 한다. 두 채 이상 다가구 보유는 8%에 불과하다. 그간 집값이 크게 상승한 만큼 집값이 하락해도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적다. 주거비 감소는 주택문제로 인해 결혼과 출산(집값이 상승할 때 출산율 급락)을 주저하는 젊은이에 희망을 줄 것이다. 또 소비를 진작시키는 등 경제 각 부문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공급 확대는 재개발 대상의 용적률을 대폭 상향시키면 된다. 임대주택은 재개발 관련 기부채납 받은 부지에 지으면 된다. 멋진 도시 개발보다 주택공급 확대가 현재는 우선순위다. 고(故) 정주영 대통령 후보의 반값 아파트 공약에 대한 국민들의 열광을 관계자들이 되돌아보길 바란다. 전 IBK투자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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