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취업자 수가 3,000명 증가(전년동기대비)하는 데 그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이달엔 취업자 증가 폭이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작년 9월 취업자가 워낙 많이 늘어 기저 효과가 나타날 수 밖에 없는 반면 추석효과나 정책효과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1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매달 발표되는 고용지표를 상세 분석하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노동연구원은 모두 내부적으로 “이달 취업자가 감소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작년 31만명 수준이던 취업자 증가폭이 ‘2~6월 10만명대→7월 5,000명→8월 3,000명’까지 추락한 데 이어 아예 마이너스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9월을 포함해 단기적으로 고용지표가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일자리 마이너스 관측에 힘이 실리는 가장 큰 요인은 기저효과 때문이다. 통계청은 매달 15일이 포함된 일주일간 3만5,000가구(15세 이상)를 대상으로 취업자(1시간 이상 일한 사람)를 집계한 후 이 수치를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한다. 때문에 비교 시점인 작년 취업자 수에 따라 증가 폭이 커지거나 줄어드는 기저효과가 나타난다. 작년 8월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0만8,000명 늘어 작년 월 평균 증가폭(31만6,000명)에 크게 못 미쳤다. 그런데 작년 9월에는 취업자 증가 폭이 31만4,000명에 달했다. 지난달에 비해 이달 취업자수의 비교대상이 약 10만명 커지는 셈이다. 가령 이달에 전달과 마찬가지로 2,690만 개의 일자리(취업자)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기저효과로 인해 1년 전과 비교한 취업자 증가 폭은 ‘약 10만명 감소’가 되는 것이다.
추석 연휴(9월22~26일)도 일자리 창출 효과가 제한적인 전망이다. 통상 추석 연휴를 앞둔 시기엔 기업들도 생산을 늘리고 유통업체(백화점ㆍ마트 등)들도 판촉 행사를 실시하곤 한다. 택배 물량도 증가해 ‘단기 아르바이트’도 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추석연휴 효과가 최근 최악의 고용 흐름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종욱 노동연구원 연구원은 “비교시점인 작년 9월에도 추석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올해 연휴가 고용에 미칠 긍정적 효과는) 동일하게 상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올 추석 연휴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직접 돈을 풀어 일자리를 창출 또는 유지하는 ‘정책효과’도 지금 당장 기대하기 어렵다. 이달부터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주는 기초연금이 한달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오르고, 0~5세 아동에게 매달 10만원씩 아동수당이 지급된다. 정부는 이 같은 정책효과에 따른 ‘서민층 소득증가→소비증가→생산확대→일자리 증가’의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지만 정부가 시중에 돈을 풀 때 약발이 도는 시차는 통상 6개월 안팎 걸린다. 연말에나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자동차ㆍ조선 등 제조업 구조조정에 따른 ‘협력사 임시ㆍ일용직 감소→지역 상권침체 및 자영업 폐업→공실 증가→청소ㆍ경비 일자리 감소’ 등의 연쇄적인 고용악화 흐름이 단기간 개선될 가능성은 없다”며 “취업자가 수천명 늘어나는 데 그치거나 아예 감소하는 흐름이 고착화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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