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많이 선선해졌지만 플라스틱 타는 냄새와 쇠 깎는 냄새 때문에 창문을 못 열고 에어컨을 켠 채 생활하고 있습니다.”
올 2월 입주를 시작해 90% 정도 입주를 마친 인천 미추홀구(옛 남구) 도화동 뉴스테이(중산층 임대주택)와 공공임대 아파트(총 2,653세대) 주민들은 평일에는 창문을 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심한 악취 때문인데, 바람이 아파트 쪽으로 불거나 흐린 날에는 더 심해져 구토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주민들은 설명했다.
주민들은 악취 진원지로 아파트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한 중장비 부품 제조 공장을 지목했다.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부터 지금 자리에 있었던 공장 측은 주말에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악취저감시설을 늘리는 등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했지만 주민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로 구성된 환경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반월ㆍ시화산업단지 인근 아파트들은 완충녹지지대 폭이 200m 정도인데 반해 우리는 폭 10m로 나무를 조금 심어 놓은 수준”이라며 “주변에 공장이 있더라도 최소한 주거지역에 걸맞게끔 환경을 조성했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앞서 도화동 뉴스테이 모집공고와 공공임대 임대차 계약서에 ‘계약자는 주변 여건 관련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실제 임대차 계약서를 보면 “인근에 공단이 있어 오염물질, 소음 등 영향이 있을 수 있으므로 계약자는 주변 여건을 충분히 인지하고 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이에 대한 어떠한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아파트 인근에는 인천일반산단, 인천기계산단, 주안국가산단이 밀집해 있다.
환경대책위 관계자는 “인천시와 미추홀구는 폭 10m짜리 완충녹지만으로 공단지역에서 50m 거리에 대규모 주거단지 조성을 승인해준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시행사인 도시공사와 함께 공장 이전과 환경 개선을 위한 기금을 마련해달라는 게 주민들 뜻”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남동산단 옆에 택지개발을 하면서 환경기금 230억원을 조성한 전례가 있으나 개발 전에 조성한 것이라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라며 “19일 아파트 주민과 미추홀구, 인천도시공사 등이 처음 만나 대책을 논의하기로 한만큼 좋은 결과가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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