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동호인 사이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고성능차 라인인 AMG는 상대 경쟁 모델보다 직선 주행 능력에 치우쳐 있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고급세단에 고출력을 추가해 가속력은 갖췄지만, 상대적으로 코너를 파고드는 능력 등 운전자에게 주는 재미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올해 초 국내에 들어온 AMG E63(4MATIC+)도 이런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최근 시승을 통해 알아봤다.
외관은 E클래스 세단을 기반으로 했지만 크기만 비슷할 뿐 차이가 컸다. 일단 펜더가 좌우로 볼륨감 있게 넓게 퍼져있고, 앞 범퍼도 대형 공기흡입구가 좌우로 크게 자리 잡고 있어 누가 봐도 스포츠 세단의 특징이 뚜렷하다.
내부는 E클래스와 차이가 크지 않다. 카본으로 트림을 마무리했고 알칸타라 인조 가죽이 운전대에 적용된 것이 다를 뿐이다. 2열 공간도 레그룸ㆍ헤드룸에 여유가 있는 편안한 세단으로 구성돼 있다. 레이싱카와 다르게 뒷좌석 모니터, 앞 좌석 안마 시트 등 각종 편의장치도 갖추고 있어 일상에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시동을 걸고 페달을 밟자, 도로를 붙잡고 나간다. 사륜 구동 고유의 안정감이 뚜렷한데, 속도를 올릴수록 후륜 특유의 밀어붙이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주행환경에 따라 앞뒤 차축의 토크 분배가 전환되는 가변식 사륜구동 시스템(AMG 퍼포먼스 4MATIC+)이 탑재된 효과이다.
코너로 진입해 핸들을 돌릴 때마다 시트 좌우에서 공기주머니가 솟아오르며 허리를 감싸줘 편안함을 준다. 노면이 불규칙한 구간에서도 이 기능이 작동해 보호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게 한다.
급코너 구간에서 제동하지 않아도 차체가 안정적으로 버티고, 스포츠카처럼 휠베이스가 짧지 않은데도 민첩함을 보인다. 과거 AMG의 부족함을 완전히 탈피해, 경쟁모델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 느낌이다. 일상에선 가족 차로 이용하더라도 때론 스포츠카처럼 주행할 유전자를 내재하고 있다.
힘은 도심에선 넘치는 정도였지만 4.0ℓ터보엔진이 내는 571마력은 아닌 듯했다. 서스펜션도 단단한 듯하지만 세단과 큰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컴포트로 설정된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자 으르렁거리는 배기음이 들리면서, 하체가 더 단단해지고 핸들링은 무거워져 고속주행할 준비를 스스로 했다. 보통 세단과 같은 깊이로 페달을 밟으면 몸이 튀어 나가는 느낌마저 든다. 그렇다고 주행 시 속도감이 확연히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안정적으로 자세를 유지하는 탓에 신경 쓰지 않으면 속도계 바늘이 제한속도를 넘기는지도 모른다.
주행모드를 스포츠 플러스로 돌리면 또 한 번 다른 차로 바뀐다. 고회전 수에서 변속하며 생기는 일명 팝콘 터지는 소리가 실내로 유입돼 페달을 더 깊게 밟게 한다. 물론 페달 반응도 매우 예민해져 자칫 조정이 어려울 수도 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3.5초)이 동급 최고라는 업체 측 설명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하체는 무작정 딱딱한 느낌이 아닌 고무처럼 탄력이 있어 방지턱을 조금은 속도를 붙여 넘더라도 무리를 주지 않는다. 공기의 압력과 충격 완화 설정을 지속해서 조절하는 원리인데, 무척 탐나는 기능이다.
벤츠에서 자랑하는 반자율 주행 모드(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는 최근 시승해본 차 가운데에선 가장 뛰어났다. 위험물을 감지해 재빠르게 차간거리를 유지하고, 정체 구간에서 차간거리를 위해 살짝 페달을 밟아도 반자율모드가 풀리지 않아 일상에서 이용하기 편리했다.
연비는 서울 도심과 수도권 고속도로 구간을 섞어가며 80여㎞를 주행해 ℓ당 4.3㎞가 나왔다. 고성능차의 성능을 느끼려 급가속ㆍ급제동을 자주 한 탓에 공식 복합연비(ℓ당 7.3㎞)와 차이가 났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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