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주민들을 향해 90도로 ‘폴더 인사’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남한이 민주주의 국가임을 몸소 보여준 상징적 행동이란 분석과 함께, ‘1인 권력’ 체제에 익숙한 북한 주민들에겐 대단히 생소했을 장면이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8일 오전 9시 49분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활주로에 나와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리설주 여사의 안내를 받으며 공식 환영식에 참석했다. 꽃다발을 들고 공항을 찾은 평양 주민 1,000여명은 한반도기와 인공기를 번갈아 흔들며 문 대통령 내외를 맞았다. 북한 주민들의 환호에 힘찬 손짓으로 화답한 문 대통령은 준비된 차량에 탑승하기 앞서 주민들을 향해 90도로 인사했다. 이를 본 김정숙 여사도 함께 고개를 숙였다. 김 위원장 내외는 곁에 서서 박수만 쳤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폴더 인사’에 대해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환영식 중계방송에서 “(문 대통령의 90도 인사는 북한 주민들에게) 당신들은 김정은을 저렇게 모실지 모르지만, 우리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이 주인이다, 이런 거를 (대통령이) 몸으로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문 대통령이 평양 시민들에게 깊이 허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바꾸는 데 전단 100억 장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둘 것”이라며 “사람을 잇는 건 돈이 아니라 겸손한 태도와 따뜻한 마음”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의 90도 인사는 권위적 체계에 익숙한 북한 주민들에게 매우 낯설 게 다가갔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탈북 주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통일교육원 책자에 따르면, 북한에서 인사는 ‘수령 것’과 ‘인민 것’ 두 종류로 나뉜다.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하는 것은 ‘수령 것’으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그 가족에게만 허락된다. 즉 문 대통령이 북한 주민들을 향해 90도로 인사한 것은 “주민을 ‘최고존엄’으로 대한다”는 행위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 입장에선 상당히 파격적인 장면이었을 거란 추측이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