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5,000여명의 젊은이가 모여든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한 음악 축제장. ‘베트남의 일렉트로닉 주말(VIEW)‘이라는 이름이 붙은 축제가 갈라 쇼(트립 투 더 문)로 한껏 달아오르는 순간 관객 중 12명이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다. 7명은 병원 도착 당시 이미 사망했고, 나머지는 아직도 혼수 상태다. 지역 공안은 “이들 모두에게서 약물 검사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최근 베트남의 경제중심지 호찌민을 찾은 한국인 A씨. 이국적 밤 풍경을 구경하러 9ㆍ23공원, 부이비엔 등 관광객이 자주 찾는 곳에 갔다가 수상한 현지인과 마주했다. 은근히 접근한 현지인은 “마약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호찌민총영사관 관계자는 “한국인 중에서도 베트남에 놀러 왔다가 약에 취해 사이공강에서 뛰어내린다든가, 호텔에서의 투신 소동 등 마약사범 사건들이 적지 않게 일어난다”며 “최근에는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 사고도 있었다”고 말했다.
엄격한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에서 마약문제가 심각하다. 약물 중독으로 급사하는 젊은이가 증가하고, 베트남의 국가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외국인 대상 마약 밀매까지 확산되고 있다. 마약류에 대한 손쉬운 접근, 저렴한 가격과 함께 마약사범에 대한 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이 겹치면서 관련 사고 및 범죄도 크게 늘고 있다.
18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자, 베트남 치안당국이 ‘VIEW’ 축제 마약중독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다짐하고 나섰다. 공안은 현장에서 마약 물질이 포함된 다량의 풍선을 확보한 뒤 출처를 캐고 있지만 베트남 시민들은 이 수사가 흐지부지될 것으로 믿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펑키볼’ 또는 ‘해피벌룬’으로 불리는 마약을 하노이, 호찌민, 다낭 등 대도시 클럽이나 맥줏집 등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 유통업에 종사하는 N(30)씨는 “베트남에서 자정 이후까지 문을 열어 놓고 있는 술집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커피 몇 잔 값으로 경험 할 수 있다”며 “문제는 공안에 적발돼도 심각한 경우가 아니면 벌금만 물고 풀려나 다음날 또 마약을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의 마약 중독자는 22만명에 달하며, 과다복용으로 사망하는 인원도 연간 1,6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에서 마약이 이처럼 만연한 데에는 원재료를 싸고, 쉽게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근의 태국과 미얀마, 라오스 사이 메콩강과 산악지대가 교차하는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은 세계적인 마약생산지다. 베트남에서 소비되는 마약은 이들 지역에서 육로를 통해 반입되며, 국경 운반 한번으로도 큰돈을 벌 수 있어 젊은이들이 유통에 가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국제버스를 이용해 이들 나라의 국경을 넘는 과정에 받는 검역, 보안 검색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민 사업가 김모(47)씨는 “베트남 직원들 중에 아기 분유값을 약 구입에 쓰는 등 마약 문제로 이혼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본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에서는 결혼 1~5년 차 부부의 이혼율이 60%에 달하는 데 마약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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