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다운계약서 작성, 농지취득 위법 등 신상검증뿐 아니라 그가 과거 보수정권에서 요직을 거친 점에 대한 사상검증으로 달아올랐다. 야당은 이 후보자에게 불거진 의혹이 문재인 정부 고위공직자 배제 7대 원칙에 해당한다는 공세를 펼쳤고, 여당은 그를 노동적폐의 주범이라고 칭하며 각을 세웠다. 이른바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 이 후보자는 오전 내내 여야의 ‘동시 난타’에 시달렸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이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시작부터 도덕성 논란을 집중제기 했다.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2000년 서울 방배동 아파트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매매가를 낮춘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점을 지적하면서 “이 후보자가 법무사가 일을 처리했다고 해명했는데,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이장우 의원도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 배제 7대 원칙에 해당되는데 스스로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자는 최근에 인지했을 정도로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제 불찰이다”라고 사과했다. 이 후보자가 전남 장성에 위치한 조부 소유의 땅을 상속 받고도 ‘매매’로 허위 신고했다는 의혹도 타깃이 됐다. 이 후보자는 “부친이 사시던 집에 딸린 작은 텃밭”이라며 “부친이 당시 고향 친척들에게 일을 맡겨 처리했는데, 너무 오래 전 일이라 (부친도) 연로하셔서 세세하게 기억을 못하신다”고 답했다.
또 한국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답변 자세도 문제 삼았다. 한국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의 질의 중 말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 이 후보자가 답하자 야당은 고성을 지르며 질책했다. 이장우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후보자가 청문회에 임하는 자세가 굉장히 불량스럽다”고 항의했다. 강효상 의원도 “후보자의 답변 태도가 너무 어처구니 없다”며 “자기가 잘못한 게 하나 없다 고개 빳빳이 쳐들고 질문도 못하게 껴들고 있다. 이런 식으로 답변하면 청문회는 필요 없다”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한편 여당의원들은 이 후보자를 향한 사상검증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당은 이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시절 고용부 차관을 거쳐 박근혜 정부에서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맡는 등 보수정권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으로서 국정철학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과거 한국노동연구원 주최 토론회에서 한 창조경제 옹호 발언 등을 소개하면서 “노동적폐의 주범이 어떻게 적폐청산 부르짖는 문재인 정권의 장관후보가 됐는지 많은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류에 편승하고 오락가락하면서 조상을 잘 만나고 명문가 출신으로 여기까지 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강도 높은 비판까지 쏟아냈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그 당시는 창조경제에 관한 개념이 정립이 안 된 상태였다”며 “당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ICT 융복합과 관련해 언급한 '창조경제'를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때문에 오히려 야당에서 이 후보자를 감싸는 모습도 보였다. 강효상 한국당 의원은 “(미국)민주당 인사도 공화당 정부에서 일할 수 있다”며 “원칙적으로 (이 후보자를) 반대하지 않는다. 꿩 잡는 게 매”라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박근혜ㆍ이명박 정부에서 일한 점은 문제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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