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로 선정된 제주 비자림로 도로건설공사가 경관 훼손 논란으로 중단된 가운데 제주도가 대안으로 우회도로 개설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도는 지난달 10일 비자림로 확장 공사로 인해 삼나무 수백그루가 벌채되면서 전국적으로 비판 여론이 일자 삼나무숲 훼손 최소화 등을 포함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고, 대안을 논의 중이다. 특히 경관가치 훼손 논란의 중심에 놓인 삼나무 벌채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 구간에서 기존 도로와 분리된 새로운 우회도로를 개설하는 방안을 비중 있게 검토 중이다. 기존 도로를 그대로 두면서 삼나무를 잘라내지 않은 대신 우회도로를 개설해 두 도로를 각각 일방통행 방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도는 현재 도로 개설 가능 여부와 환경영향 등을 놓고 면밀하게 검토 중이다.
하지만 우회도로 개설을 위해서는 사유지를 추가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토지주의 반발이나 추가 사업비 확보 등 어려움이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도는 이미 비자림로 확장을 위해 기존 도로 주변 사유지를 매입한 상태다.
도는 우회도로 개설 이외에 기존 비자림로 공사 계획에서 도로 확장의 폭을 최소한도로 줄이면서 도로 양쪽 모두를 확장하지 않고 한쪽 방향으로만 확장해 삼나무 훼손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앞서 관광객 증가 등으로 급증하는 동부지역 교통량을 해소하고, 교통안전 문제 해결 등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지난 6월부터 제주 비자림로 2.9㎞구간(대천~송당)을 기존 2차로에서 4차로로 확ㆍ포장하는 공사에 착수했다. 도는 공사 구간에 포함된 삼나무숲 가로숫길 800m 양쪽 부분에 있는 삼나무 총 2,160그루를 벌채할 계획이며, 이 중 915그루를 잘라냈다.
하지만 삼나무 수백그루가 한꺼번에 잘려 나가자 환경단체들이 반발했고, 처참한 모습을 드러낸 비자림로 사진들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제주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경관파괴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결국 도는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때까지 공사를 중단키로 했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은 공사 전면 철회를 촉구하고 있는 반면 지역 주민들은 공사 재개를 요구하면서 갈등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6일 시민단체들이 비자림로 공사현장에서 진행하려던 시민문화제가 마을주민들의 항의로 중단되는 등 크고 작은 갈등을 빚고 있다.
도 관계자는 “비자림로 확장 공사는 오랜 주민 숙원사업으로 국비까지 이미 확보된 사업이어서 공사 철회는 어려워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우회도로 개설 등을 포함해 여러 가지 대안을 검토한 후 다음달까지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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