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법인택시 업계가 택시요금 인상이 택시기사의 실질적 소득 증대로 이어지도록, 요금 인상 이후 6개월간 사납금을 동결하는데 최종 합의했다. 서울시는 요금 인상이 기사의 처우 개선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이번 기회에 택시 서비스 품질을 확실히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으로 넘어가는 듯 했던 택시요금 인상이 연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254개 서울시 법인택시 회사가 가입돼 있는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과 서울시는 최근 택시요금 인상 이후 6개월간 사납금을 동결하고, 이후에도 요금 인상에 따른 수입 증가분(요금 인상분)이 기사의 수입 증가로 이어지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최종 합의했다.
사납금은 택시회사가 기사에게 차량을 빌려주고 관리하는 명목으로 받는 금액이다. 지금까지는 서울시가 택시요금을 인상할 때마다 택시회사가 사납금을 따라 올려, 서비스 개선을 기대하고 요금 인상을 해도 기사의 처우 개선엔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시는 이에 따라 연내 택시요금 인상을 앞두고 이 악순환을 끊을 제도적 장치를 만들었다. 우선 6개월간 사납금을 동결하고, 만약 택시회사가 이 기간 내 사납금을 올리면 인상분 중 ‘운전자 처우개선비’ 항목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사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택시요금 인상분은 통상 ‘운송원가 보전분’과 ‘운전자 처우개선비’ 항목으로 구성되는데, 가령 이번 인상분이 각 500원씩 총 1,000원이라고 하면 이중 운전자 처우개선비에 해당하는 500원의 카드 결제 대금을 한국스마트카드가 택시회사가 아닌 택시기사에게 바로 주겠다는 것이다. 앞선 인상 때(2013년)도 택시회사가 사납금 동결을 자제하기로 약속해 놓고 인상 이후엔 돌연 입장을 바꾼 전례가 있어 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또 택시회사의 사납금 인상이 가능해지는 6개월 이후에는 요금 인상분 중 80%를 택시기사 월급에 반영하도록 했다. 이전에는 수입 배분 비율을 회사 자율에 맡기다 보니, 요금 인상으로 인한 수입 증가의 혜택이 기사에까지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시와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 한국스마트카드 세 곳은 조만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협약을 맺고 관련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는 강력한 승차 거부 근절 대책을 골자로 한 택시 서비스 품질 개선 방안도 함께 발표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열악한 택시기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며 “택시회사도 근로자 처우가 안 좋아 택시 가동률이 떨어지는데 대한 위기감이 컸다”고 합의 배경을 설명했다. 시에 따르면 서울 택시기사의 월 평균 수입은 217만원으로, 303만원인 시내버스 운전자의 60% 수준에 그친다.
이번 합의로 연내 택시요금 인상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시는 지난해 말부터 택시 노사, 전문가, 시민사회, 담당 공무원으로 구성된 ‘택시 노사민전정 협의체’를 꾸려 택시요금 인상을 추진해 왔다. 협의체는 기본요금을 최대 4,500원까지 올려 25% 인상 효과를 낼 수 있는 1안과 3,900원까지 올리는 2안을 두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체는 다음달 초, 본회의를 열어 요금 인상에 대한 최종안을 확정한다. 시는 이후 택시요금 인상을 하기 위한 ‘시민 토론회, 시의회 의견 청취, 택시정책위원회 개최, 물가대책위원회 개최’ 절차를 밟아 올해 안에 택시요금 인상을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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