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은 19일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북한이 영변 핵 시설 폐기에 합의한 것과 관련해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협상을 타개하기 위한 제스처로 해석했다. 다만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면’이란 조건을 붙였고,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핵 시설 신고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동기자회견을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특히 김 위원장의 비핵화와 관련한 첫 언급이 나온 점에 주목하면서도 핵 시설 폐기와 관련해선 사실상 미국에 공을 넘긴 것으로 해석했다.
교도(共同)통신은 북측의 핵 시설 폐기 의사와 관련해 “북미협상이 파탄에 빠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선 비핵화에 대한 진전을 보여줄 필요가 절박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이 취소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충분한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한 회유책이란 설명이다. 교도통신은 “김 위원장이 연내 서울 방문에 합의한 것도 대화국면을 지속시키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며 “영변 핵 시설 폐기와 관련해선 북한이 미국에 종전선언 등을 조건으로 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7월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폐기와 관련해 북한에 전문가의 검증을 요구했고, 북한이 이번에 부응한 셈”이라면서도 “영변 핵 시설 폐기도 (합의문에) 포함됐지만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핵 시설 신고와 검증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번 비핵화 조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판단할 것인지가 초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언론들은 또 “문 대통령이 다음 주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하는 길에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며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하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평양공동선언 합의문과 관련해 “이번 합의에 이르기까지 남북 정상이 기울인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평양공동선언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이번 선언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선언을 막 발표한 시점인 만큼 비핵화 실현 여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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