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주민(31ㆍ가명)씨는 회사에서 업무 관련 자격증 취득을 항상 독려 받습니다. 자기개발을 위해 김씨도 공부를 하고 있지만 주말과 연휴에 실시간으로 상사 확인을 받는 게 스트레스입니다. 김씨는 “카카오톡으로 공부하고 있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학생이 된 거 같다”고 말합니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업무 카톡 지옥’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주 52시간 근로제 등이 도입되는 흐름에도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와 메일로 퇴근 후에도 업무 지시를 받는 일은 여전히 곳곳에서 벌어집니다. 최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표한 설문조사에도 서비스 노동자의 47%가 휴일이나 퇴근 후에 업무지시를 전달받았다고 답했습니다.
약 2년 전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일명 ‘카톡금지법’을 발의하면서 화제가 됐는데요. 근로시간 이외의 시간에 직장상사로부터 업무 관련 전화, 메일, 메시지 등을 받지 않도록 법으로 보장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그 후로 관련 법 개정안이 2개 더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업무지시를 제한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진척된 것은 없습니다. 현실적인 문제 때문입니다. 조직 문화 개선이 아닌 법으로 일괄 규제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죠. 신경민 의원의 개정안과 관련, 당시 환경노동위원회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업무시간 외라도 긴급한 연락이 필요한 경우가 있고, 업종별로 여건 차이가 크기 때문에 법률로 일괄해 금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연락의 업무 관련성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워 법 조항의 집행가능성이 낮다는 점 등 현실적 집행가능성 여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법 개정 추진이 잠잠한 사이 자발적인 문화 개선 움직임도 물론 있었습니다. 지난해 CJ 등 일부 기업들은 내부 지침으로 업무 시간 외 카카오톡 등을 통한 업무 지시를 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지침이 생기기 전보다 시간 외 업무 지시가 줄었다고 CJ 계열 직원들은 전합니다. 적어도 눈치는 본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같은 자율적인 변화도 중요하지만 스마트워크 등 변화하는 노동 환경에 맞는 전반적인 법ㆍ제도 논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합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서비스 노동자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통해 변하는 노동환경에 따른 법률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김 부소장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보편화됨에 따라 이를 이용하여 퇴근 후나 휴일휴가를 불문하고 업무지시를 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노동자의 스트레스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기존 개정안 보다는 사회적 시간체계에 맞는 법ㆍ제도와 정책이 수립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단순한 ‘카톡금지법’보다는 갈수록 변하는 전반적인 노동 환경에 맞는 새 법ㆍ제도ㆍ문화 등을 함께 고민해 볼 시점입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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