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에서 참상이 이어져도, 인류의 전반적 삶의 수준은 시간이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 하루 1.9달러(약 2,100원) 이하의 돈으로 생활하는 절대빈곤층 인구가 세계 인구의 10%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게 대표적이다. 중국과 동남아 지역 국가들의 경제성장에 따라 이들 지역의 빈곤 인구는 크게 줄어든 때문인데,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나라들의 빈곤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절대빈곤층은 7억3,600만명으로 전세계 인구의 10%를 기록했다. 2013년에는 각각 8억420만명과 11.2%였던 걸 감안하면, 그 2년 동안 약 7,000만명 가량이 절대빈곤에서 벗어난 셈이다. 세계은행은 2015년 기준 하루 1.9달러 또는 연 694달러 이하의 비용으로 생활하는 이들을 절대빈곤층으로 분류한다.
세계의 절대빈곤층은 동아시아ㆍ태평양, 남아시아, 북아프리카와 사하라 사막 이남, 중동 등 광범하게 분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가파른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는 중국 등 동아시아, 남아시아에서 크게 줄어들고 아프리카, 중동에서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경우 25년 전인 1990년 빈곤층 수가 9억8,700만명에 달했으나, 2015년 4,700만명으로 급감했다. 빈곤율도 62%에서 2% 떨어졌다. 또 남아시아도 같은 기간 5억3,600만명에서 2억1,600만명으로 크게 줄었다. 세계은행은 “자유무역 덕택으로 세계 절대빈곤율이 크게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도 빈곤율이 1990년 54%에서 47%로 소폭 떨어졌다. 그러나 급격한 인구증가에 따라 빈곤층 인구는 오히려 2억7,800만명에서 4억1,300만명으로 증가했다. 세계 절대빈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에 집중돼 있다는 뜻이다. 세계은행은 “지난 25년간 세계 절대빈곤 지도가 크게 바뀌었다”며 “향후 절대 빈곤층도 이 지역에 더욱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도 1,900만명을 기록,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시리아와 예멘에서 내전 사태 지속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앞서 세계 최대 자선단체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빌 게이츠 회장은 “빈곤지역일수록 더 많은 아이가 태어난다. 아프리카 인구 10명 중 6명이 25세 미만이다. 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건강하게 자란다면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며 “전 세계 절대빈곤지역으로 떠오르는 이들 지역의 자체적 노력 외에도 이들 나라에 대한 교육과 인프라에 집중적인 원조가 있어야 세계 빈곤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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