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무궁화축구단(경찰축구단)이 올해부터 선수를 새로 뽑지 않기로 결정하자 프로축구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프로연맹)은 선수충원 권한을 가진 경찰대학과 최상위 기구인 경찰청의 행태를 ‘갑질’로 규정하고 장외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경 홈페이지에 지난 달 30일까지 경찰체육단 선수선발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가 사라진 걸 보면 이번 결정은 프로축구가 받을 충격을 최소화할 틈도 없이 급하게 내려졌다는 오해를 살만 하다. 경찰대가 지난 14일에서야 선수 선발 불가를 공문으로 통보한 것도 아쉽다.
그러나 프로연맹 역시 펄펄 뛰기에 앞서 과연 ‘유비무환’의 자세로 대응책을 강구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경찰이 의경을 단계적으로 줄여 2023년까지 모두 전역시킬 계획이라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발표된 게 지난 해 7월로 1년도 더 된 일이다. 경찰 고유 임무와 상관없는 연예의경을 시작으로 축구, 야구 등이 속한 스포츠단이 폐지 1순위로 꼽힌 건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 프로축구 전반을 관장하는 프로연맹은 축구단이 당장 폐지될 수도 있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놓고 움직였어야 했다.
프로연맹 김진형 홍보팀장은 “(축구단을 당장 폐지할 거라는) 명확한 징후가 있었다면 우리도 즉각 대응했겠지만 전혀 없었다”며 “우리도 계속해서 아산 구단을 통해 경찰대 입장을 확인했는데 안 된다(당장 안 뽑는다)는 말은 없었다. 올해 20명, 내년은 15명, 내후년 10명 등의 단계적 폐지로 갈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도대체 뭘 근거로 단계적 폐지를 예측했는지 묻고 싶다. 프로연맹은 경찰청이나 경찰대 측이 축구단을 당장 폐지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의사를 표시해왔다고 주장하는데 이를 입증할 공문이나 대책회의 회의록 같은 문서 한 장 없다.
프로연맹은 2017년 1월 아산무궁화 창단 당시 프로연맹과 아산시, 경찰대학 3자가 주고받은 운영 협약서에 ‘협약을 이행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사전에 협의를 통해 설명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이를 위배했다고 발끈한다. 그러나 이는 지역연고와 운영주체가 다른 군 팀의 원활한 리그 참여,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일 뿐 법적 효력이 없다. 프로연맹은 상주시, 국군체육부대와도 비슷한 내용의 협약서를 주고받는다.
‘다른 종목은 몰라도 설마 축구를 당장 폐지할 수 있겠느냐’고 안일하게 생각한 흔적이 역력하다. 프로축구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최근 몇 달 동안 수 차례 프로연맹 측과 의견을 나눴는데 ‘단계적 폐지’로 생각하고 있더라. ‘나이브(naive)’ 하게 있다가 지금 당황해서 허둥지둥하는 것 아니냐”고 일침을 놨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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