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캣맘 김연지(32)씨는 이번 추석을 앞두고 고양이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민 글을 남겼다. 김씨는 “올 초부터 회사 근처 공원에 사는 길 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 주고 있는데, 이번 연휴에는 고향에 내려가게 돼 어떻게 밥을 줘야 할지 고민”이라고 적었다. 김씨의 고민 글 아래에는 선배 캣맘들이 남긴 답변들이 가득했다.
추석 연휴가 되면 고양이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길 고양이 끼니를 걱정하는 캣맘들의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온다. 길 고양이를 챙기는 캣맘들은 매일 고양이들에게 사료와 깨끗한 물을 준다. 고향에 내려가는 등 여러 사정으로 장시간 고양이들을 돌볼 수 없는 추석 연휴는 캣맘에게 걱정거리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고양이도 끼니를 거르는 것은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캣맘 생활에 익숙한 네티즌들은 이제 막 길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기 시작한 초보 캣맘들을 위해 자신들이 알고 있는 각종 ‘밥 주기’ 정보를 온라인상에 공유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봉지밥’, ‘반 자동 급식기’ 등이 효율성이 높아 인기가 좋다.
추석 연휴에 대비해 캣맘들은 대부분 철저하게 준비한다. 서울 정동 한 공원에서 고양이 밥을 주는 한 캣맘은 “추석 연휴면 20㎏의 사료를 사서 봉지밥을 만들어 둔다”며 “봉지밥을 100개 이상 만들어서 이곳 저곳에 놔두면 추석 연휴에도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봉지밥’은 사료를 일회용 비닐 봉지에 넣어 주는 것을 말한다. 봉지 끝은 짧게 잘라 고양이가 입으로 물고 이동하기 쉽게 만든다. 비가 와도 사료가 물에 젖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사료를 여기저기 둘 수 있어서 장시간 고양이들에게 밥을 줄 수 없을 때 유용한 방법이다. 캣맘들은 추석 연휴에 예상치 못한 비가 올 수도 있기 때문에 봉지밥을 애용한다.
물론 봉지밥에는 단점도 있다. 고양이들이 봉지 안에 있는 사료를 전부 꺼내 먹지 않으면 주변에 개미가 모여들 수 있다. 또 고양이가 먹다 남은 비닐 봉지들은 환경 보호를 위해 반드시 수거해야 한다. 캣맘들은 “봉지밥을 준 후에는 반드시 주변 청소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캣맘들은 반자동 급식기를 만들기도 한다. 지난해 고양이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고양이라서 다행이야’에 올라온 방법이다. 반자동 급식기는 페트병 2개를 이어 만든다. 비에 사료가 젖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사료를 한 번에 많이 보관할 수 있어서 선호도가 높았다.
추석 연휴에도 직접 길 고양이에게 밥 주는 사람들도 있다. 5년째 동네 길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있다는 이혜영(38)씨는 “추석 연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다”며 “딱히 내려갈 고향도 없고 고양들이 걱정 돼 하던 대로 길 고양이들을 챙겨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울산에서 활동하는 한 캣맘은 “굶고 있을 길고양이들이 걱정돼 연휴 대신 다른 날 고향집에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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