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동성애 및 동성혼 등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의 첨예한 공방이 벌어졌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동성애 문제에 대한 진 후보자 입장에 대한 공격이 쏟아지자, 이를 엄호하려는 여당 의원들과 충돌한 것이다.
이날 청문회는 시작부터 동성애 문제에 대한 입장을 집중적으로 따져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 진 후보자간 팽팽한 기싸움으로 긴장감이 흘렀다.
먼저 질의에 나선 김순례 한국당 의원은 진 후보자가 기독교 교인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동성애를 옹호하는 활동을 하는 데 신념과 교리가 배치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일부 기독교 단체들이 “진 후보자가 동성애를 허용하는 입장”이라며 지명 철회를 요구한 것을 의식한 질문이었다. 이에 진 후보자는 “기독교가 탄생한 수많은 국가에서도 여전히 국민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여러 고민을 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얼마 전 동성혼이 통과됐다”고 입장 변화가 없을 뜻임을 분명히 했다.
같은 당 윤종필 의원도 진 후보자가 군대 내 동성애를 처벌하도록 하는 군 형법 92조의 6항을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데 대해 “군은 상명하복 조직인데 병사들 사이에 상급자에 의해 하급자가 성폭력 피해를 당할 경우 하급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해 봤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진 후보자는 “군 형법은 성폭력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게 강제성을 입증하기가 어려운 데다 오히려 그 조항 때문에 상급자가 하급자를 ‘같이 처벌받으니까 절대 얘기하면 안 된다’고 협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이종명 의원은 동성에 문제와 관련한 진 후보자의 전력을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진 후보자가 변호사로 재직하던 시절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의 2002년 양심적 병역거부 재판과 ‘동성애 왜곡’ 국정교과서 수정 신청에 참여했던 점 등을 나열하며, “동성애자가 아니냐”고 물어 논란을 빚었다. 이에 진 후보자는 “그 질문은 조금 위험한 발언이고 질문 자체가 차별성을 담는 질문일 수 있다”고 응수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굉장히 중요한 질문인데 답변을 회피하시면 안 된다”고 몰아세웠고, 진 후보자도 “회피가 아니라 의원님이 좀더 고민해주시면 좋겠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여당 의원들은 한국당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문제를 제기하며 진 후보자 엄호에 주력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당은 지속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인 질의와 발언을 계속하고 있고, 이를 역사에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며 “진 후보자가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성소수자의 구호 활동을 한 것은 칭찬받아야 할 일”이라고 두둔했다. 같은 당 정춘숙 의원도 “진 후보자는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문제로 차별을 불러일으켜 인권이 침해되는 데 대해 목소리를 낸 것”이라고 거들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서진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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