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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응과 달리… 미국 주류 언론, 평양회담에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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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응과 달리… 미국 주류 언론, 평양회담에 물음표

입력
2018.09.20 18:53
수정
2018.09.21 00:1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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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공연장을 나서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공연장을 나서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18~20일 평양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3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큰 만족감을 표시했지만, 미국 조야와 주류언론은 정상회담 결과가 실질적 비핵화 협상을 추동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부호를 달았다. 회담의 핵심으로 꼽혔던 비핵화에 관련, 김 위원장의 제안인 미사일 엔진시험장 및 발사대 폐기 정도로는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북한에 대한 오랜 불신과 미국 언론의 강한 반(反) 트럼프 정서를 반영한듯 비판의 강도는 높았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이번 약속이 ‘제재만이 유일한 비핵화 수단으로 믿은 워싱턴의 강경파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폐기를 약속한 엔진시험장과 발사대는 미사일을 개발할 때나 필요하던 곳으로 소용이 다한 곳이라는 게 이 매체의 지적이다. NYT는 “김정은은 30대 중반에 불과하지만 문 대통령을 이용해 선(先) 비핵화를 압박하는 미국 요구를 회피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단계적ㆍ상호적 조치를 요구한 약삭빠른 협상가”라고 평하기도 했다. 다만 NYT는 미국의 ‘상응조치’라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김위원장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제안한 점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원심분리기와 우라늄농축시설 등 핵심 핵 시설폐기와 관련해 김위원장이 처음으로 내놓은 진전된 제안이라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김 위원장의 미사일 발사대 폭파 약속을 평가절하했다. “이번 합의는 워싱턴의 정책그룹에게 김정은이 진심으로 핵포기 의사가 있느냐는 핵심적 질문을 남겨줬다”고 보도했다.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WSJ에 “평양 공동선언은 미국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행복감만 넘치는 평화열차를 탈 것인가, 원칙을 밀어붙임으로써 한국과의 관계 훼손을 감내할 것인가라는 딜레마에 미국을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문가들을 만족시킬만한 새로운 약속은 불충분했다”면서 “전문가들이 김정은이 양보했는지 전혀 명쾌하지 않다고 하는데도 트럼프 혼자서 ‘매우 흥미롭다. 엄청난 일’이라고 앞서간다”며 비꼬았다. 온라인 매체 복스는 평양선언이 모호하다면서 “남한과 좋은 관계일 때 맺은 약속을 이후에 폐기해버린 북한의 전력(前歷)을 감안할 때 과연 몇 가지나 지켜질지 모르겠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번 회의로 남북한이 미국 도움 없이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정도로 가까워졌다"면서 “이는 한미동맹을 훼손할 수 있는 잠재적 (불안)요소”라고 우려했다.

미 의회에서도 신중한 평가가 나왔다. 존 케네디 미 상원의원(공화)은 미국의소리(VOA)에 “정상회담은 고무적”이라면서도 “실제 행동이 말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북한과 마주 앉는데는 찬성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올바른 길로 밀고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원외교위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김정은은 3차 정상회담에서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에 진지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었는데도, 핵무기를 보유하겠다는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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