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촉진자’ 역할이 돋보였던 자리였다. 8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방북 연기 후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비핵화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했고, 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다리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제1 과제는 지난 18~20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17시간 이상 함께 하며 전해들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일이었다. 실제로 한미 정상회담에선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와 북미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비공개 메시지가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 순항하던 북미회담이 상당 기간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을 문 대통령이 평양에 다녀오고 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함으로써 북미관계가 새롭게 동력을 얻는 의미에서 이번 회담이 대단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회담”이라고 평가했다.
회담 모두 발언 분위기도 좋았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님에 대한 변함 없는 신뢰와 기대를 거듭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조기에 만나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비핵화 과정을 조속히 끝내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며 트럼프 대통을 한껏 추켜세웠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도 “2차 미북 정상회담을 멀지 않은 미래에 가지게 될 것”이라며 화답했다. 양 정상이 정상회담에 맞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정 서명식을 가진 것도 두 나라 간 우호적 분위기를 더욱 끌어 올렸다는 평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직후 제재완화나 종전선언 등 북한의 비핵화에 따른 구체적인 ‘상응조치’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한계로 꼽힌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에서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의 추구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는 유화적 언급이 나온 만큼 북미 간 중재에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양 정상은 대북제재를 계속해 나가는 한편, 북한이 비핵화를 이룰 경우 얻을 수 있는 밝은 미래를 보여줌으로써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지속적으로 견인하는 방안들에 대해서도 계속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정상회담엔 마이크 펜스 부통령, 폼페이오 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이방카 트럼프 보좌관 등 핵심 인사들이 모두 배석해 미국 측의 높은 관심을 대변하기도 했다.
뉴욕=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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