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5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직접 마주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총회에선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제재 강화 등 북한 관련 비판에 연설 시간의 80%를 할애했던 것에 비해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연설에 앞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북일 정상회담에 대한 의욕을 보였다.
아베 총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3회 유엔총회 연설에서 “납치문제의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상호불신의 껍질을 깨고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납치, 핵, 미사일 문제의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지향하는 일본의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이 가진 잠재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겠다”며 국교 정상화 시 경제협력을 시사하는 등 북일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의 연설에 대해 “북한과 관련한 내용이 전체 분량의 10% 정도로 줄었으며 대북 압력을 언급하지 않는 등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문 대통령으로부터 김 위원장이 적절한 시기에 일본과의 대화와 관계 개선을 모색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전달 받았다. 아베 총리는 이에 “한국 정부가 계속 지원해주길 바란다. 김 위원장과 마주 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교도(共同)통신이 보도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무장관도 김 위원장의 ‘적절한 시기’ 발언과 관련해 “내일일지도 모르고 수년 후일지도 모른다”면서 “(일본과 대화를) 하겠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북일관계 개선과 북한 비핵화에 대한 협력에는 일치했으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와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해선 평행선을 오갔다. 일본 정부는 문 대통령이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ㆍ치유재단 해체를 시사한 것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일본 측이 당장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지만, 재단 해체를 위안부 합의 파기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갈등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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