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격찬하면서 2차 정상회담 조기 개최에 대한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북한 비핵화를 비롯해 2차 정상회담 개최에 회의적인 미국 내 각종 비판론도 전방위로 반박하며 여론 조성을 위해 정면 돌파에 나선 모습이다.
◇2차 정상회담 조기 개최 의지 재차 피력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뉴욕 롯데팰리스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조기에 개최하려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김 위원장으로부터 두통의 편지를 받았다”며 “놀라운 편지였다. 이걸 끝내길 원하는 그의 모습에 감명 깊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틀릴지도 모른다”고 전제하면서도 “나는 그가 진짜 이걸 끝내길 원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2차 정상회담 추진의 핵심 동력이 김 위원장의 친서라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그는 나를 좋아하고, 나도 그를 좋아한다”며 “두 통의 편지 중 한 통을 아베 총리에게 보여줬는데, 아베 총리가 이건 역사적 편지라고 말했다. 매우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다”며 거듭 찬사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가진 회담에서도 “어제 특별한 친서를 받았다”며 양복 안주머니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를 꺼내 들었으나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의 친서는 공개된 것만 이번이 다섯 번째로, 전날 미국에 도착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통해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친서 내용은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 개발에 집중하고 싶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전한 김 위원장의 언급과 비슷한 취지로 평화와 번영에 대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북한을 경제 강국으로 만들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 그들은 정말 그런 잠재력을 갖고 있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아주 빨리 2차 회담이 이뤄지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내가 좋아하게 된 김정은이 평화와 번영을 원한다”고 말했다.
◇미국 내 대북정책 비판론 적극 반박 정면 돌파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도 이 같은 친서를 거듭 언급하면서 각종 비판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성과가 없다’거나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비판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시간 싸움을 하지 않을 것이다. 2년이든, 3년이든, 5개월이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서두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신 더 이상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이 없고, 전쟁을 막았다는 것을 성과로 부각시켰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전쟁을 치러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방아쇠를 누르는 데 얼마나 가까이 갔는지 여러분은 알 것이다”며 “내가 당선되지 않았으면 우리는 전쟁을 치렀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반박은 김 위원장을 만난 것 외에 “아무 것도 준 게 없다”는 것이다. 한미연합훈련 중단에 대해서는 오히려 “비용을 절약한 것이다”며 외교ㆍ안보 사안을 비용 문제로 접근하는 인식을 재차 드러냈다. 아울러 대북 제재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 점을 거론하며 “우리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많은 것을 양보했다’는 비판론을 거듭 반박했다. 최근 잇따라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는 것보다 (지금 상황이) 훨씬 더 좋다”며 막후 협상 진전을 시사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여러분들이 막후에서 진행되는 것을 본다면 감명을 받을 것이다”며 협상 진전에 대한 자신감도 재차 드러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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