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북미 정상회담 이후 3개월간 비핵화에 많은 진전을 이뤘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자화자찬에 대해 미 주류언론들이 찬물을 끼얹었다. 첫 단계인 핵 동결은커녕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의 개념조차 모호하다는 비판이다.
워싱턴포스트는 27일 “트럼프는 북한의 핵실험이 중단됐고, 김정은과의 대화로 가시적인 성과를 이뤘다고 자랑하지만 미 정보당국은 이미 6월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며 “오히려 북한은 다양한 방식으로 핵 시설을 은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7월에는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립공장에서 새로운 미사일을 제작하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고 덧붙였다. 1차 북미 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 능력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도 “북한은 끊임없이 핵 물질을 생산해 미사일에 장착하고 있다”며 “현재 20~60개의 핵무기를 보유했고, 그 숫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미 정부 관료들의 판단”이라고 꼬집었다. 또 “트럼프는 대선 당시 지난 정부의 비핵화 협상이 성과 없이 늘어졌다고 비판하더니 이제 2년이 걸릴지, 3년이 걸릴지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성공이라고 주장한다”면서 “속히 핵 동결을 시작해야 북한의 핵 능력 확장을 막을 텐데 고작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을 대단한 것으로 자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전달받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부각시키며 북미 간 비밀외교의 성과를 홍보하는데 치중하면서도 실제 얼마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논의되고 있는지 공개하지 않은 것에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6월 싱가포르 합의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여전하다. 가령,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약속했는데 북한은 비핵화를 주장하면서 미국이 한국, 일본 등 동맹국에 대한 핵우산도 포기하라고 요구해온 터라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25일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6월 정상회담 이후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고무적인 조치를 이미 지켜보고 있다”면서 “미사일과 로켓이 날아다니지 않고, 핵실험은 중단되고, 억류자들은 풀려나고, 영웅들의 유해가 고국으로 돌아왔다”고 성과를 과시했다. 이어 26일 유엔 안보리 회의를 주재하며 “김정은이 평화와 번영을 원한다”고 치켜세우더니 이후 기자회견에서는 “비핵화는 시간 문제가 아니다”면서 속도조절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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