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2학기부터 서울에서 ‘레게머리’를 한 중ㆍ고등학생을 볼 수도 있을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염색ㆍ파마까지 허용하는 ‘완전한 두발 자유화’를 지향하는 학생생활규정 개정 공론화 추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27일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두발 자유화 및 편안한 교복에 대한 공론화 계획을 발표했다. 편안한 교복 도입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조 교육감의 주요 공약사항이며 두발 자유화 역시 2기 취임사에서 밝혔던 ‘아침이 설레는 학교’ 만들기의 일환이다.
시교육청은 이날 각 학교에 서신을 보내 내년 1학기 중 각 학교가 두발 및 교복규정에 대한 자체 공론화를 거친 뒤 학칙을 개정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두발의 경우 빠르면 내년 2학기, 교복은 2019년 1학기부터 새 규정이 적용된다. 서울시민 전체 공론화가 아닌 학교별 공론화를 하는 이유는 적절한 머리모양과 교복형태에 대한 각 학교 학생ㆍ교사ㆍ학부모의 협의를 존중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이 공론화 과정에 참여해 민주주의를 체험할 수 있다는 교육적 고려도 담겼다.
다만 공론화 의제 및 방식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제시한다. 두발의 경우 이미 서울 중고교의 84.3%(708곳 중 597곳)가 길이 제한을 두지 않는 등 자율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상당한 만큼 교육청이 직접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편안한 교복의 경우 사실상 첫 논의이고 사회적으로 합의된 바도 적기 때문에 내달부터 교육청 차원의 학생ㆍ시민 숙의토론을 2차례 진행해 큰 틀을 마련하기로 했다. 의제는 교복으로서 바람직한 복장과 개별학교 공론화 시 학생 의견 반영 비율이다. 조 교육감은 “대입개편 공론화 이후 절차적 효율성에 대한 우려가 많지만 의제 선정을 신중히 하는 등 (가이드라인에) 제가 직접 책임을 지겠다”고 강조했다.
학교현장에서도 일괄적인 용모규제는 무의미해진 만큼 시대에 맞게 규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서울 한 여고의 생활지도부장교사 권모(43)씨는 “학생들에게 염색이나 화장을 하지 말라고 해도 감쪽같이 선생님 눈을 피하는 방법을 찾아낸다”며 “무조건 하지 말라고 혼내는 대신 학생다운 외모에 대해 함께 터놓고 이야기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미 서울의 동구여중, 인헌고 등은 지난해부터 교내 3주체(학생, 교사, 학부모)가 참여한 ‘생활협약 토론회’를 통해 벌점제 및 복장 규정을 완화하는 자체 공론화를 실천했다.
일각에선 교육감이 직접 공론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오히려 각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병식 서울교총 회장은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이미 각 학교들은 3주체 의견수렴을 통해 교칙을 스스로 정하고 있다”며 “상급기관이 선언의 형식을 빌어 교칙 개정을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송재범 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장은 “교육청은 시대 흐름에 따른 큰 틀을 제시하는 것이며 각 주체 참여비중, 공론화 방법 등 세부사항은 최대한 학교 자율에 맡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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