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택시비를 카카오페이로 결제해주시면 할인해드립니다.”
부산의 개인택시 기사 이모(50)씨는 요즘 목적지에 도착한 손님에게 카카오톡을 이용한 QR코드 결제를 권유한다. 그는 5,000원을 결제하면 200원을 할인해준다는 ‘QR결제 전용 가격표’도 내걸었다. 그가 택시비 할인까지 해주면서 카카오페이 결제를 승객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편의성만이 아니다. 카드 결제 시 카드수수료에 더해 소득까지 노출되지만, 카카오페이는 사실상 현금결제나 다름없어 회피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이씨는 “근로장려금 신청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득 노출이 적게 되는 만큼 경우에 따라 국가가 저소득층에 주는 지원금까지 받겠다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35)씨도 지난 8월부터 매장 카운터 앞에 카카오페이 QR코드 패널을 붙였다. 영수증이 왔다 갔다 하지 않아 계산 절차가 간소화된 데다, 카드수수료가 들지 않아 부담이 줄었다는 것이다. A씨는 “내 입장에선 현금이 들어오는 것과 같아 좋지만, 소득을 투명하게 자진 신고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말, 카카오페이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내놓은 QR결제가 10만 가맹점(9월19일 기준)을 돌파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QR결제는 카카오톡이 설치된 스마트폰으로 소비자가 가게의 고유 QR코드를 찍으면 사업자 계좌로 돈이 송금되는 간편 결제 시스템. 카드 수수료 부담이 없어 호응을 얻고 있지만, 개인 간 송금 형식이라 소상공인의 ‘깜깜이 소득’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맹점 확대를 위해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페이 측이 이러한 맹점을 방치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지난 7월, 외식업자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자영업자는 ‘사업체 입장에서는 QR결제가 현금 매출과 같이 느껴지는데 결제 정보가 국세청에 자동 통보되느냐’고 문의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카카오페이 측이 ‘일반 현금 거래와 동일하기 때문에 세금 신고와 현금 영수증 처리 모두 사업자의 몫’이라는 취지로 답하더라는 것이다. 소득세 탈루 가능성과 관련해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사업 초기 ‘편리성’에 집중하다 보니 미처 보완하지 못한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국세청도 계좌이체나 다름 없는 카카오페이의 QR결제가 사실상 ‘소득노출의 사각지대’라보고 있다. 물론 탈세 정황이 있는 업체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거나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결제를 대행ㆍ중개하는 카카오페이 측에 결제 내역 자료를 요청할 수는 있지만, 사후 조치에 불과하다. 국세청 관계자는 “QR결제가 소득노출을 회피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시스템 상에서 거래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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