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유출된 재정 정보 일부가 사이버 테러나 정부 고위직 위해 등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심 의원을 압박하고 나섰다. 기재부는 심 의원이 제기한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부정 집행 의혹에 대해서는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윤태식 기재부 대변인은 1일 정부세종청사에러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유출된 자료가 제3자에게 노출되면 국가 안위와 국정 운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지난달 17일 심 의원실 보좌진이 한국재정정보원 시스템에 접근해 무단으로 비인가 재정정보를 유출했다며 보좌진을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27일에는 유출된 자료를 바탕으로 청와대 업무추진비 등을 공개한 심 의원도 추가 고발한 상태다.
기재부는 심 의원실이 시스템에 접속해 내려 받은 자료 중 일부 사례를 나열하며, 제3자나 외부에 유출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주로 정부가 보안, 정보 시스템 관리, 식자재 공급 등을 위해 관련된 업체에 업무추진비, 운영비, 자산취득비 등을 집행한 내역이 포함됐다. 윤 대변인은 “유출된 자료에 재외공관 보안시설과 경비업체 세부내역이 포함돼, 공관에 대한 테러 등에 자료가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해양경찰청의 함정, 항공기 도입 관련 지출 내역과 관련 제작업체, 장비부품업체명도 외부에 공개될 경우 악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각 부처가 사이버안전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계약을 맺은 정보시스템관리업체 관련 정보도 고스란히 담겼다. 업체가 보유한 기술이나 프로그램 등이 노출될 경우 해킹 등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윤 대변인은 “업체 정보가 새나갈 경우 중앙부처에 대한 사이버 테러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통령비서실 식자재 공급업체와 관련된 세부 정보도 포함됐다. 지난 4월 열린 판문점남북정상회담의 식재료 업체 이름도 담겼다. 청와대 통신장비업체 정보도 흘러나가, 고위직의 동선이 노출될 경우 위해를 가하는 등 테러에 악용될 위험이 있다는 게 기재부 주장이다. 윤 대변인은 또 “정부에서 진행하는 각종 공개채용의 면접위원, 심사위원 세부 정보도 유출돼 공정한 평가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윤 대변인은 “심 의원실에서 정부의 업무추진비와 관련된 정보만 공개하고 있지만 이는 일부이고 유출된 자료는 훨씬 방대하다”며 “어떤 경로로든 (제3자에게) 흘러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이와 별도로 심 의원이 제기한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부정 집행 의혹에 대해 이날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정부의 업무추진비 사용을 투명하게 검증 받아 의혹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 차원이다. 심 의원이 문제 삼은 대통령비서실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 교육부, 외교부 등 중앙부처와 대통령경호처,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 52개 중앙행정기관에 대해서도 전부 감사를 청구해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살피기로 했다. 피감기관에는 심 의원이 비인가 자료를 다운로드 받은 34개 기관과 자료가 유출되지 않은 18개 기관이 포함됐다.
기재부의 이날 주장에 대해 심 의원 측은 “해당 자료의 문제 요점을 정리해둔 자료를 제외한 원 자료는 지난달 21일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모두 가져갔기 때문에 자료가 제3자에게 유출될 가능성은 없다”고 반박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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