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동 길에서 단풍을 만났다. 먼저 만난 것은 가로수를 휘감고 있는 덩굴줄기에 달린 오색으로 물든 잎새다. 깊어가는 가을을 완벽 하게 연출한 이 나뭇잎과 덩굴을 자세히 보니 사람이 만들어 설치한 ‘가짜’다. 진짜는 눈이 부시도록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높직한 곳에 바람과 함께 자리 잡고 있었다. 붉게 물든 진짜 단풍에는 상처가 많다. 폭염과 가뭄, 벌레의 공격을 받으며 생존한 흔적이다. 예쁘기만 한 가짜에게는 없는 인내의 결실 이며 삶의 훈장이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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