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가 1주일간 ‘나 홀로’ 아프리카 4개국 순방에 나섰다. 전매특허인 강렬한 패션만큼 인상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아니면 돈만 펑펑 쓰고 의전을 누리는데 그쳤던 과거 미국 영부인들의 전철을 밟을지 주목된다.
멜라니아는 1일(현지시간)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출발해 2일 가나를 시작으로 말라위, 케냐, 이집트를 잇따라 들른 뒤 7일 귀국한다. 지난해 9월 당일치기로 인근 캐나다의 상이군인올림픽에 다녀온 걸 제외하면 사실상 첫 단독 해외 순방이다. 멜라니아의 대변인 스테파니 그리샴은 “이번 아프리카 순방은 아이들의 복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멜라니아가 지난 5월 내놓은 ‘비 베스트(Be Best)’ 캠페인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이외에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관리, 유아교육, 야생동물 보호 등 아프리카의 현안을 두루 다룰 예정이다.
하지만 남편이 워낙 점수를 잃은 탓에 상황은 호의적이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리카를 ‘거지소굴’이라고 비판하며 줄곧 인도주의적 지원을 줄이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과정에서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케냐 태생이어서 미국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깎아 내렸다. 멜라니아의 세 번째 방문국인 케냐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셈이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에어포스 투’로 불리는 C-32A를 타고 갔는데, 시간당 운영비용이 1만5,800달러(약 1,770만원)에 달한다. 직전 영부인 미셀 오바마의 경우 2011년 아프리카 단독 순방 당시 42만4,000달러(약 4억7,400만원) 경비를 지출한 것으로 추산돼 곤욕을 치렀다. 뉴욕타임스(NYT)는 “퍼스트레이디의 아프리카 여행을 위해 국민들이 세금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는 과거부터 미 영부인들이 즐겨 찾은 곳이다. 미셀 오바마의 전임자인 로라 부시도 수 차례 아프리카를 방문해 에이즈 퇴치 운동을 벌였다. ‘영부인, 미 퍼스트레이디의 우아함과 권력’의 저자인 케이트 앤더슨 브로워는 CNN에 “미국 영부인이 전세계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비록 상징적인 역할이더라도 미국이 해당 지역에 관심을 갖고 문제해결에 나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영부인의 단독 순방은 속 빈 강정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캐서린 젤리슨 오하이오대 교수는 “멜라니아가 해외에서 미 정부의 외교 정책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자신에게 호의적인 사람들을 만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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