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바로 옆에 숲을 끼고 있는 오래된 이층집을 사셨습니다. 부모님이 집을 매매하신 것은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이후로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리하여 지난 5월에는 20여 년 만에 생기는 부모님의 집을 어떻게 리노베이션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마당이 딸린 이층집은 낡고 이상한 구석이 많았습니다. 화장실 두 개 중 하나의 문 사이즈가 다른 문들보다 20㎝ 이상 작았고, 거실 구석에 설치된 벽난로는 작동은 하지만 집의 온도를 올리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든 방에 발코니가 딸려 있었고, 엄마 서재로 사용할 2층 큰 방의 세모난 창가 공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둡고 습해서 곰팡이 냄새가 나던, 지난 십 년간 부모님이 거주하시던 집을 떠올립니다. 20년 된 낡은 벨벳 소파가 놓인 거실과 상부장의 체리 색 시트지가 군데군데 일어난 손때 가득한 주방, 손본 지 너무 오래된 데다 겨울이면 온몸을 웅크리고 샤워를 해야 했던 추운 욕실.
여태껏 누군가 “좋은 집이란 어떤 곳일까요?”라는 질문을 해오면 잘난체하며 내 생각을 잘도 말했던 것 같은데, 올해 11월과 내년 2월에 환갑을 맞는 우리 부모님의 집을 고치게 되면서는 좋은 집이란 어떤 곳일까, 참 어려운 질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체적인 콘셉트를 고민하며 부모님에게 여러 참고용 사진들을 보내고 골라 보시라고 했습니다. 엄마는 돌벽에 흙색 타일이 깔린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집 사진을 고르고는, “이런 데가 멋지다”며 감탄을 했습니다.
고민 끝에 붉은 벽돌 색깔의 타일을 일층 바닥에 시공하고 나무, 벽돌, 타일이 여기저기 골고루 섞인 포르투갈의 차분한 농가 같은 분위기를 내보기로 했습니다. 바닥 타일의 경우 보통의 가정집에서는 잘 시도하지는 않지만 생활하는 데에 큰 불편함이 없는 데다, 습기가 많은 1층 바닥에는 원목보다 나을 수 있겠다 싶었죠. 화장실과 거실의 천장은 철거하여 높은 지붕을 살렸고 거실에는 고양이들이 긁을 수 없도록 원목으로 붙박이 소파를 만들었습니다. 거실 창은 발코니로 바로 나갈 수 있도록 출입문이 포함된 커다란 고정창으로 만들어 창 밖의 숲이 풍경화처럼 느껴지도록 했습니다. 거실을 바라보도록 만들어진 주방, 침대만 두어 호텔 같은 분위기를 낸 2층 부부침실, 햇빛이 쏟아지는 2층 엄마의 서재… 그렇게 ‘숲속의 집’이 탄생했습니다.
부모님이 입주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퇴근 후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엄마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고요야, 지금 2층에서 책 읽고 있어. 네가 만들어 준 집이 너무 좋아서,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다.’
공간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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