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부동산 대책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전화번호 남기고 간 대기 손님들에게 급매물이 나왔다고 연락을 해도 가격을 듣고는 ‘비싸다’며 전화를 끊어버린다. 매수심리가 완전히 돌아선 것 같다.”
4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D공인중개사 대표는 9ㆍ13 부동산 대책과 9ㆍ21 주택공급 대책 후 달라진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는 “‘옆반포’ ‘서반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매수 대기자가 줄을 섰던 이전의 흑석동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다”며 “극심한 ‘눈치보기’로 매물이 없는 것도 영향이 있지만 그보다는 매수심리가 꺾인 영향이 더 커 보인다”고 설명했다.
폭등하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연이어 내놓은 9ㆍ13 부동산 대책과 9ㆍ21 공급책이 약발을 받는 모습이다. 매주 0.5% 가량 뛰던 서울 집값 상승폭은 4주 연속 둔화되며 0.1% 미만으로 떨어졌다. 특히 집값 상승세를 견인했던 동작구는 가격 상승이 멈춰 보합세로 전환됐고 서초ㆍ용산ㆍ강남구의 오름폭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9% 상승했다. 지난달 3일 기준 0.47%, 10일 기준 0.45%나 올랐던 서울 집값은 9ㆍ13 대책 발표 직후인 17일 기준 0.26%로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이어 9ㆍ21 대책 발표 후인 24일 0.10%, 이달 1일 0.09%로 오름폭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정부의 9ㆍ13 대책과 9ㆍ21 공급책 결과가 모두 반영된 첫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감정원은 추석연휴로 인해 9월 마지막주 가격 동향은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특히 올해 10% 가까이 집값이 뛴 동작구는 상승폭이 0%로 보합 전환됐다. 서초구(0.01%) 용산구(0.03%) 강남구(0.04%)도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
과천시와 광명시도 나란히 0.13%로, 지난주(0.17%)보다 오름폭이 둔화했다. 이런 영향으로 전국 아파트값은 7주 만에 상승에서 보합(0%)으로 전환했다.
서울 전셋값 역시 0.03% 올라 지난주(0.05%) 보다 상승폭이 축소됐다. 가을 이사철 집구하기 수요가 감소하며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특히 신반포3ㆍ경남 아파트 등 재건축 단지 이주 수요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서초구의 경우엔 전셋값이 아예 0.09% 하락으로 돌아섰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개발ㆍ교통호재 지역과 저평가된 서울 일부 지역은 매매가격이 상승했지만 대부분의 단지에서 매도ㆍ매수자가 모두 관망세를 보이면서 상승폭이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집값이 안정됐다고 보기에는 성급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이 일시적 수준이 아닌 장기적인 안정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9ㆍ21 공급대책에서 확정하지 못한 서울 또는 서울 접근성이 뛰어난 지역에 주택 공급이 뒤따라야만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봤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부가 아파트값 과열 현상과 투기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대책은 거의 다 내 놨기 때문에 한동안 투자 심리가 위축되겠지만 그렇다고 집값이 안정됐다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정부의 신규 공급 계획이 입지 좋은 곳 중심으로 잘 나올 경우엔 대기 수요가 커지며 집값이 제자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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