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실 측이 인가를 받지 않고 열람ㆍ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정부 예산 관련 자료 규모가 기획재정부 발표보다 8배 이상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심 의원실 측에서 자료를 내려받기(다운로드)한 정확한 규모와 내용을 확인하는 한편, 유출 경로의 불법성 여부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4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이진수)는 지난달 21일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심 의원 보좌관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한국재정정보원의 재정분석시스템(OLAP)을 비교ㆍ분석해 심 의원실 측에서 빼간 자료가 800만건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유출 건수는 해당 부처ㆍ일시ㆍ장소ㆍ액수 등 엑셀 프로그램 파일 한 행에 기재된 내용을 한 건으로 셈했다. 확인 작업이 완전히 마무리되지는 않은 상황이라 건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심 의원실 측에서 자료를 다운로드하는 과정에서 OLAP에 장애가 발생한 정황도 확인됐다. 국정감사와 관련된 특정 목적의 자료를 열람하고 내려 받았다기보다 무차별적으로 자료를 획득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획재정부는 심 의원 측의 무단 유출을 주장하며 불법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유출된 자료 규모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7일 기재부는 심 의원 측이 인가를 받지 않은 행정자료를 불법으로 취득했다고 고발하면서 빠져나간 자료가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 등 48만건이라고 했다. 이어 심 의원이 빼내간 정보를 수 차례에 걸쳐 잇달아 공개하자 심 의원을 고발할 때는 다운로드된 정보 건수가 ‘100만건 + α’라고 주장했다. 고발 건수와 실제 검찰이 파악한 건수가 큰 차이를 보이는 셈이어서 ‘대문도 부실하게 관리하면서 뭘 도둑 맞았는지도 정확히 모르는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고발 당시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아 48만건으로 봤고, 이후 재정정보원 확인 과정에서 100만건 정도까지 추정됐다”며 “심 의원실 측에서 190회 다운로드 받았고 한 번에 몇 건 다운로드 받았는지는 검찰 수사로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심 의원실이 다운로드 받은 자료 건수를 확정하고, 심 의원 측이 OLAP 자료를 취득한 경로와 관련해 고의성 및 해킹 여부를 분석 중이다. 다만 지난달 압수한 심 의원 보좌관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디지털 포렌식 작업에 입회해야 하는 심 의원 측이 검찰 출석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진척이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디지털 포렌식 작업이 끝나는 대로 심 의원 보좌관 등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해당 의혹이 제기된 후 기재부 측의 “불법 다운로드” 주장 및 고발에 대해 심 의원 측은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며 “시스템오류에 따른 정상적인 다운로드”라고 맞서고 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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