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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예고에도… 국내외 스타들의 뜨거운 부산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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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예고에도… 국내외 스타들의 뜨거운 부산사랑

입력
2018.10.05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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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출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영화인들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영화인들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월에 찾아온 ‘철모르는’ 태풍 콩레이만 아니면 모든 게 ‘정상’이다. 부산 지역에 예고된 거센 비바람도 축제의 흥겨움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지난 4년간의 진통을 끝내고 ‘정상화 원년’을 선언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부산영화제)가 4일 힘차게 막을 열었다. 부산영화제를 창설하고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 성장시킨 이용관 이사장과 전양준 집행위원장이 다시 전면에 나서 항해를 이끈다.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개막식은 화합의 장이었다. 국내외 영화인들은 부산영화제 재도약에 힘을 보태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왔다. 2014년 세월호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 문제로 촉발된 일련의 사태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논란에 반발해 지난해까지 영화제에 불참했던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주요 영화단체들도 올해는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했다. 부산영화제가 외풍에 흔들릴 때도 굳건한 지지를 보여 준 해외 영화인들의 부산 사랑도 여전히 뜨거웠다.

스타들은 축제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사회를 맡은 배우 김남길과 한지민을 비롯해 영화 감독 임권택 이준익 황동혁 민규동, 배우 윤여정 김희애 장동건 차승원 현빈 박해일 수애 유연석 한예리 등이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았다. 영화 ‘안녕, 나의 소녀’로 한국에서 인지도를 높인 대만 배우 리우이하오(류이호)와 일본 톱스타 히가시데 마시히로는 각각 영화 ‘모어 댄 블루’와 ‘아사코 I&II’로 처음 부산을 찾았다. 부산영화제 유일한 경쟁부문인 뉴커런츠 심사를 맡은 일본 배우 구니무라 준과 심사위원장 김홍준 감독(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올해 신설된 지석상 심사위원인 싱가포르 영화 대가 에릭 쿠 감독, 한국영화 회고전의 주인공 이장호 감독도 관객의 환대를 받았다.

영화제 조직위원회가 이사회 체제로 전환된 2016년 이후 당연직 조직위원장 부산시장이 하던 개막선언이 사라졌지만, 올해는 새 출발을 다짐하는 의미에서 이 이사장과 전 집행위원장이 공동 개막선언을 했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에 선정된 세계적인 영화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개막공연이 부산의 밤을 피아노 선율로 물들였다. 사카모토는 “영광스러운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한반도에 이제 평화가 찾아오려고 한다.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기쁘게 생각한다. 축하드린다”고 덕담을 건넸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로 스크린에 복귀한 이나영.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로 스크린에 복귀한 이나영.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올해 개막작은 윤재호 감독의 ‘뷰티풀 데이즈’다. 배우 이나영이 영화 ‘하울링’(2012)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작품이라 더 화제를 모았다. 어린 나이에 중국에서 아들을 낳고 홀로 한국으로 떠난 탈북 여성과 14년 만에 엄마를 찾아 온 아들이 재회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탈북 여성이 생존을 위해 감당해야 했던 고통을 아들의 시선을 따라가며 공감과 연민으로 그려낸다.

개막식에 앞서 열린 개막작 기자회견에 참석한 배우 이나영은 “주인공 여성이 어린 나이에 비극적인 현실을 겪고 지금 같은 엄마가 되기까지 내면에 쌓여 온 감정들이 시나리오에 잘 담겨 있었다”며 “마치 통달한 듯이 담담하게 삶을 살아가는 이 여성을 잘 표현해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말했다. 공백기에 인기 배우 원빈과 결혼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이나영은 “예전엔 상상만으로 표현했던 감정들을 조금 더 공감하면서 연기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시간 순서에 따라 촬영을 한 덕분에 감정 표현이 수월했다”고도 말했다.

배우 이나영이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배우 이나영이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뷰티풀 데이즈’는 탈북민의 삶을 다룬 사회드라마로서도 최근 한반도 평화 분위기와 시의적절하게 조응한다. 주인공 여성이 아들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드러나고 혈연이 아닌 인간애를 기반으로 가족이 탄생하는 결말은, 더 폭넓은 은유로도 해석되며 희망을 안긴다. 윤재호 감독은 “서로 대화하기 위해선 과거가 어땠든 만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결말은 ‘이제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남과 북이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윤 감독은 프랑스 파리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조선족 여성이 아들과 9년간 만나지 못한 사연을 담은 다큐멘터리 ‘약속’(2010)을 제작하기도 했다. 제38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베스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마담B’(2016)에서는 탈북민의 삶을 조명했다. 윤 감독은 “경계에 선 사람들을 주제로 다뤄 왔다”며 “‘뷰티풀 데이즈’도 그 연장선상에서 시나리오를 썼다”고 설명했다. 윤 감독은 “뷰티풀 데이즈가 오기를 바라는 기대감과 설렘을 갖고 반어적인 제목을 지었다”며 “조금은 우울해 보일 수 있는 이야기지만 관객들이 희망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뷰티풀 데이즈’로 스크린을 예열한 부산영화제는 13일까지 영화의 전당과 센텀시티, 해운대 일대 극장에서 79개국 영화 323편을 관객에게 소개한다. 폐막작은 홍콩 위안허핑(원화평) 감독의 신작 ‘엽문 외전’이다. 해운대 비프빌리지 야외무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관객과의 대화와 무대인사는 태풍으로 인해 영화의 전당으로 장소를 옮겨 진행된다.

부산=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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