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이명박(77) 전 대통령에게 1심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한 정계선(49)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부장판사는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법리에 매우 밝은 법관이라는 법원 내 평가를 받는다. 이날 약 1시간 TV로 생중계된 선고공판에서 정 부장판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판결문 요지를 조곤조곤 낭독하면서도, 뇌물죄 성립 이유 등 어려운 법리를 일반인이 알기 쉬운 언어로 쉽게 풀어 차근차근 설명해 줘 이목을 끌었다.
충북 충주시 태생인 정 부장판사는 충주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서 수석 합격했다.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법대에 들어왔을 때는 사시를 볼 생각이 없었지만, 나중에 ‘전태일 평전’을 통해 조영래 변호사(90년 사망)를 알게 되면서 법조인으로서 뭔가 할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을 거쳐 98년 서울지법 판사로 법관생활을 시작, 서울남부지법과 서울고법 등을 거쳤고, 울산지법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지냈다. 법원 내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에 속했던 이력도 있다.
울산지법 형사부 부장이던 2014년에는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울산 계모 사건’ 피고인에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부 법관사찰(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지자,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표로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올해 2월 부패전담부인 형사합의27부 재판장으로 임명됐는데, 여성 판사가 전직 대통령이나 재벌 등의 부정부패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부패전담부장이 된 건 그가 처음이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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