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김모씨는 지난 3월27일 오후 10시께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앞 택시 승강장에서 승객 A씨를 태웠으나 행선지로 이동하지 않고, 승객도 곧바로 하차했다. 근처에 있던 단속 공무원이 이유를 묻자 김씨는 “성신여대로 간다고 해서 반대방향이라 조금 돌아가야 하는데 괜찮은지 물었고, 승객이 방향을 잘못 알고 탔다고 바로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승객 역시 “지리를 잘 몰라 이쪽에서 탔는데 (김씨가) 반대편이 더 빠르다고 해서 하차했다”고 말했다.
단속원은 “성신여대가 단속시간대 택시기사들의 비선호지역으로 승차거부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과 두 사람 진술이 담긴 단속경위서를 작성해 보고했다. 서울시는 한 달 뒤 택시발전법 등에 따라 김씨에게 택시 운전 자격정지 30일 처분을 내렸다. 김씨는 “돌아갈 경우 요금 계산 때 시비가 일 수 있어 미리 ‘돌아가도 되겠냐’고 확인하는 게 필수”라며 서울시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승객도 시간이 없고 건너편에 빈 차가 많다며 스스로 하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유진현)는 택시기사 김모씨가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택시운전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김씨 행위가 정부가 배포한 승차 거부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승차거부 단속 매뉴얼’에는 ‘여객이 행선지를 물어보면 반대 방향에서 타도록 유도하면서 승차시키지 않는 행위’를 승차거부로 들고 있다. 재판부는 “승객이 행선지를 밝히자 김씨가 건너가서 타라거나 건너가서 타는 것이 빠르다고 이야기한 것은 반대방향에서 탑승하도록 유도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승객에게 의사를 물으며 선택권을 준 것’이라는 김씨 진술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승객 진술에 따르면 김씨는 건너가서 타는 것이 빠르다고만 이야기했을 뿐 ‘돌아서 가야 하는데 괜찮느냐’고 선택권을 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30일 자격정지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김씨는 2016년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승차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행정처분을 받았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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