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건물 에어컨 실외기 외벽 설치 못 한다

내년부터 서울에서 신축하는 모든 건축물은 에어컨 실외기 공간을 건물 내부나 옥상에 설치해야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시내 건물 외벽의 에어컨 실외기 설치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서울시는 일반 건축물도 공동주택처럼 에어컨 실외기의 건물 내 설치를 의무화하는 ‘에어컨 실외기 설치방법 개선대책’을 마련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8일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시내에 신축되는 모든 건축물은 에어컨 실외기의 외벽 설치를 전면 금지한다. 시는 시ㆍ구 건축 심의와 인허가 시 신축 건물 내부에 에어컨 실외기 설치 공간을 확보했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2006년부터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발코니 등 건물 내부에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아파트를 제외한 일반 건축물은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건물 외벽에도 설치가 가능했다.

이 법규상 에어컨은 실외기는 도로면으로부터 2m 이상의 높이에 설치하고, 열기가 인근 건축물 거주자나 보행자에게 직접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배기구를 충분히 지탱할 수 있는 구조로 설치하고, 부식 방지 자재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시는 건물 외벽에 설치된 실외기가 내뿜는 열기와 소음, 응축수 등이 보행자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에 따라 이 같은 대책을 마련했다. 건물 외벽의 에어컨 실외기가 햇빛에 오래 노출되거나 먼지가 쌓이면 화재 위험이 커지고, 지지대가 부실해 낙하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또 시는 건물 옥상이나 지붕 등에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하는 경우 건너편 도로변에서 보이지 않는 위치에 설치공간을 마련하거나 가림막 시설을 세우도록 의무화했다. 도시 미관 저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이 같은 자체 규정 마련과 함께 시는 일반 건축물도 공동주택처럼 에어컨 실외기 건물 내부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국토교통부에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을 요청할 예정이다.

류훈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은 “서울시의 에어컨실외기 설치방법 개선이 시행되면 에어컨 실외기로 인해 발생한 통행 불편, 도시미관 저해, 낙하사고 등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아울러 에어컨실외기가 태양에 직접 노출되지 않아 에어컨 냉방능력이 향상돼 에너지 절감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부산=연합뉴스) 6일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에어컨 실외기가 전깃줄에 걸려 아래로 추락할 위기에 놓이자 119구조대원이 사다리를 이용해 실외기를 치우려하고 있다. 2018.10.6 [독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