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분야 대표적 비인기 전공인 흉부외과 기피현상 해소를 위해 만든 지원책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9일 제기됐다. 최근 방송 일각에서 흉부외과 의료진의 열악한 실태가 관심을 끈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3년 간 흉부외과 수련의 병원에 총 1,850억원의 가산금을 지급했다. 과도한 업무량 대비 저평가된 건강보험 수가, 높은 의료사고 위험 등으로 갈수록 기피 현상이 뚜렷해지는 흉부외과 지원을 위해 2009년부터 시행한 수가 가산제도에 따른 것이다. 이 제도는 흉부외과에 월 150만원의 전공의 수련보조수당을 지급하고 인력 충원 등에 필요한 각종 수당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해당 재원은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에서 나온다.
문제는 연평균 616억원의 막대한 지원금이 흉부외과 전공의를 보유하고 있는 병원에만 지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3월 기준 국내 흉부외과 수련병원 51곳 가운데 전공의를 1명이라도 확보한 병원은 33곳으로 65%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작 전공의를 1명도 두지 못할 정도로 지원이 시급한 병원은 가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셈이다.
인체에 가장 중요한 심장 수술을 담당하는 흉부외과는 연간 전공의 배출이 20여명에 불과, 정원(48명)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기피 과목이다. 대한의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전공의를 거쳐 별도의 자격을 취득하면 될 수 있는 전문의는 올해 기준 210명이 부족하며, 2022년이면 약 2배인 405명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의료계에서는 이렇게 되면 향후 10년 내 해외에서 흉부외과 의사를 수입하거나 심장 수술을 위해 외국으로 나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상진 의원은 “매년 600억원이 넘는 지원금이 흉부외과에 투입되고 있지만 수련병원 중 전공의가 있는 병원에만 지급돼 실태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라며 “수가 가산금 수혜 대상을 확대하고, 가산금이 병원에 지급된 뒤 의사들에게도 제대로 돌아가는지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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