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육군 장병들이 부대 내 군 마트(PX)에서 드론, 방독면, 생존키트 등을 살 수 있게 된다. 드론 및 재난ㆍ재해 대비 용품을 PX에서 파는 것은 처음으로, 드론은 부내 안에서 날릴 수 있게 된다. 장병들이 선호하는 상용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겠다는 게 육군의 설명이지만, 안전 문제 등이 발생할 수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0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육군은 사제 장비 허용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PX에서의 장비 판매 방안도 추진 중이다. 장병들이 성능과 안전성이 검증된 물품을 PX에서 편리하게 살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내년에는 드론과 방독면 등 11개 신규 물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육군 관계자는 “임무수행에 필요한 물품을 PX에서 살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며 “점차 판매 품목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육군은 PX에서 각종 사제 장비를 판매하는 미군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드론이 포함된 것에 대해 육군 관계자는 “향후 드론봇(Dronbot) 전투체계 전력화 등에 대비해 드론 동아리 활성화로 ‘드론 붐’을 조성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육군 드론봇 부대는 육군이 최근 제시한 단기간에 전쟁을 끝낼 ‘5대 게임 체인저’ 전력 중 하나다. 드론봇에 대한 일반 장병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부대 내에서 완구용 드론을 판매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드론봇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굳이 부대 내에서 드론을 판매할 필요까지 있냐는 지적도 있다. 장병들이 군 부대에서 드론을 날릴 경우 보안과 안전에 위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육군 측은 “지정된 공간에서 체공 시간 5~10분, 고도 10m 이내에서만 운용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병들의 드론 운용을 일일이 감시하기 어렵고, 부대 바깥으로 나간 드론이 민간인 지역에 추락할 우려도 있다. 전방지역에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방독면은 장병용이 아니라 군인 가족이나 지인들에 대한 선물용으로 판매된다. PX나 인터넷쇼핑몰에서 카탈로그를 보고 제품을 주문하면 장병이 신청한 배송지로 배달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미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나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방독면을 육군에서 판매해야 할 이유가 분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예비역 육군 장교는 “어차피 민수용 방독면을 판매하는 것인데, 부대에서 이를 판매하면 마치 육군이 그 성능을 인증한 것처럼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육군 관계자는 “장병들이 PX에서 필요에 따라 다양한 제품을 살 수 있게 하려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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