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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세습ㆍ비자금 의혹’ 명성교회, 교인들 모여 기도하며 내부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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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세습ㆍ비자금 의혹’ 명성교회, 교인들 모여 기도하며 내부결속

입력
2018.10.12 04:40
수정
2018.10.12 09: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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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일동에 위치한 명성교회. 통상 1만여명의 교인들이 저녁 예배를 하러 교회를 찾는다. 연합뉴스
서울 명일동에 위치한 명성교회. 통상 1만여명의 교인들이 저녁 예배를 하러 교회를 찾는다. 연합뉴스

“반드시 이 모든 일을 헤쳐갈 것이며 하나님이 우리 교회를 도와주실 거라 믿습니다.”

10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명일동 명성교회 예배당. 교인 7,000명 가량이 모인 가운데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의 주재로 저녁 예배가 시작됐다.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이 9일 명성교회의 800억원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방송한 다음날이었다. ‘PD수첩’은 명성교회가 8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는 김삼환ㆍ하나 목사의 교회 부자 세습과 연계돼 있다고 주장했다. 명성교회는 방송 전 법원에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돼 방송은 예정대로 이뤄졌다.

폭풍이 지나간 뒤 같은 상황인데도 김하나 목사는 이날 예배에서 명성교회에 얽힌 여러 논란에 관해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했다. 다만 설교를 시작하며 “오늘 저녁 예배는 여느 때와 같지 않지만, 우리가 여느 때와 같은 예배로 모일 수 있는 게 은혜”라며 “때로는 위기와 고난이 있지만, 우리는 이 예배 자리를 놓치지 않는다”고 교인들을 다독였다. ‘PD수첩’ 방송으로 명성교회의 부자세습 문제가 대중의 눈길을 다시 끌게 될 것에 대해 경계하면서도 교인들에게 관련 의혹을 해명하는 모양새였다. 김 원로목사가 이날 예배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나타나지 않았다. 김 원로목사는 지난달 부자세습에 대한 외부 비판에 대해 ‘마귀’라는 강한 표현을 써가며 반발했다가 이 내용이 외부로 알려진 후 파장이 일자 공식적인 교회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는 주장이 교단에서 나온다. 2015년 은퇴한 김 원로목사는 매주 목요일 새벽 기도를 해오고 있다.

10일 예배를 마무리하며 이종순 명성교회 수석장로는 비자금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했다. 800억원의 적립 재정 전액이 교회 명의의 통장으로 관리돼 왔으며 2014년부터 매년 당회와 공동의회의 보고, 승인절차를 거쳤다는 내용이었다. 이 장로는 “‘PD수첩’이 교회 재정을 유용한 것처럼 시사했으나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선교 목적의 재정운영이었음을 보고드린다”며 “성도 여러분께서는 안심하시고 교회와 원로목사님, 담임목사님을 위해 뜨거운 기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교인들은 박수로 이 장로의 보고에 응답했다.

명성교회 교인들은 외부 비판과 의혹 제기를 계기로 더욱 결속을 다지는 분위기다. 자발적으로 교회에 나와 기도하고 있다. ‘PD수첩’ 방송 직전엔 교인 3,000여명이 오후 9시 교회에 모여 3시간 동안 기도를 했다. 방송을 앞두고 “시청률 낮은 ‘PD수첩’이 종교 이슈로 시청률을 올리려 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명성교회의 한 교인은 “원로 목사님을 음해하는 세력에 분통이 터지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교인은 ‘PD수첩’에 나온 명성교회 교인 인터뷰에 관해 “교회를 이탈한 세력을 등장시켜 교회를 폄하했다”며 “38년간 이어진 교회다. 목사님이 마음에 안 들고 문제가 있다면 이 많은 교인이 남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명성교회는 ‘PD수첩’ 보도에 관해 허위사실 유포와 왜곡보도에 따른 명예훼손 등으로 민ㆍ형사상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교단에선 명성교회를 꼬집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기독교계의 한 관계자는 “명성교회의 주장처럼 아무 문제가 없다면 필요한 자료와 수치들을 공개하고 방송에서 충분히 설명하면 된다”며 “법적 대응은 차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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